- 학업성취·수능성적 다 밀려
- 교육청, 새해 균형발전에 방점
- 마을교육공동체 첫 도입하고
- 우수교사 우선 배치 추진
- 문화인프라도 상대적 박탈감
- 공연·전시장, 부산 전체의 17%
- 소극장 확대, 대안 될 수 있어
치과의사 최우석(54) 원장은 문화공연 후원자로 잘 알려져 있다. 부산 강서구에 사는 그는 사하구에서 20년 넘게 병원을 운영 중이다. 최 원장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해 동부산에 있는 공연장에 자주 간다. 서부산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돈과 시간을 길에 뿌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원장의 불만은 서부산 주민의 공통분모이다. 부산시가 지난해 9월 북·사상·사하·강서구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더니 응답자의 74%가 동서 격차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생활환경 만족도 질문에서는 52.4%가 "문화·관광 분야 미흡"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육과 문화 분야에서 서부산권의 박탈감이 크다. 서부산이 진정한 글로벌시티로 발전하려면 가장 먼저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  |
| 부산시교육청은 교육 격차 해소 방안으로 서북부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1학교 1예술 동아리 운영과 같은 문화예술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 예술 동아리 발표회 모습. 임경호 프리랜서·부산시교육청 제공 |
■수치로 본 동·서 교육격차
동서 교육 격차는 뚜렷하다. 부산시교육청이 '2015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분석한 결과 보통학력 이상의 학생 비율은 동부산권(남부·동래·해운대교육지원청)이 서부산권(서부·북부교육지원청)보다 4%포인트 높았다.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서부산권이 0.3%포인트 높았다. 2016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서도 전국 상위 30위권에 동부산권 고교만 포함됐다.
부산교육대 성병창(교육학과) 교수가 최근 발표한 부산지역 구·군별 '교육 격차 지수'를 보면 ▷서구 44.45 ▷중구 44.10 ▷사하구 48.58이었다. 기준치 50미만이면 교육적으로 열악하다는 의미다. 동부산권 교육 격차 지수는 ▷기장군 55.91 ▷연제구 51.66 ▷동래구 51.07 ▷해운대구 50.28로 대부분 서부산권에 비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 격차 지수는 2013~2015년 가구 소득과 교육 환경·학업 성취도를 토대로 산출한 것이다.
■자치단체와 연계해 격차 해소해야
| |  |
|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 전경. |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올해 중점추진 프로젝트로 교육 균형발전을 꼽았다. 김 교육감은 "부산의 지리적 특성과 사회·경제적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교육 격차는 부산의 오래된 과제"라면서 "열악한 지역에 우수 교사를 우선 배치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 자치단체·지역사회와의 협력사업을 추진해 취약지역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올해 학교와 자치단체가 교육 여건 개선사업을 함께하는 '마을교육공동체'를 운영한다. 취약 지역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다행복학교(혁신학교)의 상호존중 문화와 학부모 교육을 마을공동체 교육에 접목할 예정이다. 오는 2월 공모를 거쳐서 5개 자치단체를 선정해 지역 자원과 연계한 마을교육공동체를 처음으로 운영한다.
이미 진행 중인 정책도 교육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한다. 우선 서부산권 교육낙후지역을 대상으로 교육협력사업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사상구가 운영하는 '부산 사상구 국제화센터(SGA)'가 지역 간 영어교육 격차 완화의 좋은 예다. 사설 학원비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원어민 외국어 교육과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문화, 토양부터 다져야
문화 분야의 동·서부산 인프라 격차는 상당히 크다. 2015년 부산시 통계를 살펴보면 공연·전시 시설은 총 283개다. 이중 서부산권에 위치한 시설은 17.3%(49개)에 그친다. 특히 전시시설은 전체 89개 중 3개로 3.37%에 불과하고 공연시설도 107개 중 12개(11.21%)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연극과 무용을 관람할 수 있는 소극장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도 비슷하다. 오케스트라 공연 같은 대형 무대를 접할 수 있는 곳은 을숙도문화회관과 북구문화빙상센터뿐이다. 그나마 서부산권에 있는 공연장은 대부분 행정기관에서 운영해 수준 높은 주민들의 문화예술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 격차 해소의 첫 걸음은 인프라 구축이다. 부산시가 2015년 수립한 '서부산 글로벌시티 그랜드 플랜'을 보면 전체 50개 주요 프로젝트 가운데 문화사업은 을숙도 현대미술관·명지지구 문화복합시설 건립 2개뿐이다. 부산 대표도서관과 국회도서관 자료보존관 건립까지 포함해도 4개에 불과하다.
부산시는 "2030년께 서부산권 문화시설이 49개에서 75개로 늘어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놨지만 어디에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문화예술계는 대규모 문화시설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 토양부터 다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이 하나의 사례다. 한 연극인은 "소극장이 곳곳에 문을 열고 어린이를 위한 공연·교육이 활성화되면 문화지출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며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산시교육청의 교육균형발전 추진 과제
1. 마을교육공동체 운영- 학교와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의 교육 여건 개선
2. 맞춤형 토론회 개최- 사회·경제적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연 4회 개최
3. 경영능력 우수 교장 전입 추천제- 서부산권 근무 기피학교 근무 시 가산점 부여
4. 기초학력 프로그램 운영- 초등학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대상으로 지원
5. 학교 문화예술교육활성화- 1학교 1예술동아리 운영 지원
김희국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