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문 받은 대공분실 안내 앱도
- 오늘 30주기 맞아 전국서 추모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30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는 영화·회고록이 제작된다. 추모 행사도 전국에서 열린다.

고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 씨가 13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말사 성전암에서 열린 박 열사 30주기 추모제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준환 감독은 박 씨의 사망과 1987년 6월 항쟁을 주제로 한 영화 '1987'을 제작 중이다. 배우 김윤석과 하정우 강동원이 출연해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공안당국과 이를 밝히려는 사람들의 투쟁을 담는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박 씨에 대한 기억과 고문치사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됐던 기자 의사 검사 교도관의 증언을 모아 회고록을 발간할 계획이다. 또 박 씨가 물고문으로 숨진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을 안내하는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도 착수했다. 남산 국가안전기획부와 함께 군부독재 시절 무자비한 고문이 자행된 곳인 남영동 대공분실은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와 박종철기념관으로 탈바꿈했다. 앱은 박 씨가 숨진 509호 조사실과 고 김근태 의원이 고문당한 515호 조사실을 소개한다.

박 씨의 기일인 14일에는 부산 혜광고 28기 동문이 중구 광복로 시티스폿에서 '친구 종철이를 그리워하며' 음악회와 사진 전시회를 연다. 동문이 직접 준비한 바이올린·색소폰 연주와 뮤지컬 공연이 펼쳐진다. 세간에 공개되지 않았던, 박 씨가 서울대 재학 중 부모님과 주고받은 편지 및 사진도 이번에 공개된다.

같은 날 오후 4시 부산진구 소민아트센터에서는 박종철기념사업회 주최로 30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이날 행사는 추모 영상 상영과 추도사·추모시 낭독에 이어 박종철 합창단의 공연 순으로 진행된다. 이어 오후 6시 서면 촛불집회에는 박 씨의 누나 박은숙 씨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부산 행사와는 별개로 기념사업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경기도 마석모란공원에 안장된 박 씨의 묘역을 참배한다. 오후 2시에는 옛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마당에서 추모제를 연다.

박 씨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1987년 1월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된 뒤 물고문 등 가혹 행위를 당한 끝에 숨졌다. 당시 경찰은 고문치사 사건을 숨기기 위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내놓기도 했다. 경찰의 고문치사 사건은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