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 120개 상품 접수·진열로 시작
- 물건값 계산·청소 업무 병행
- 오차 없는 정산·교대 후 일과 끝
- 알바노조 편의점모임 368명
- "손님 폭언·폭행 경험" 68%
- 청소년·청년 근무환경 열악
"손님님, 미안해요. 사장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봐요. 손님께서 자꾸 우리 알바에게 반말하시니까, 나도 너한테 반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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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밤 부산 해운대구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 체험 중인 본지 이준영(왼쪽) 기자가 물건 값을 계산하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limkh627@kookje.co.kr |
한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의 광고 멘트다. 기자는 지난 6일 밤 11시부터 7일 오전 8시까지 부산 해운대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체험을 했다. 졸음과 싸우기도 힘들었지만 '진상손님'은 정말 고역이었다.
6일 밤 11시. 상품이 한꺼번에 120여 개 도착했다. 가장 잘 나가는 도시락부터 유제품까지 주문량과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상품을 진열하고 틈틈이 손님까지 맞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흘렀다. 이른바 '불금'이라 가장 바쁘다고 함께 일한 알바생 김모(24) 씨는 전했다.
7일 새벽 1시. 술 취한 50대 남성 두 명이 편의점 안에서 술을 마시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규정상 편의점 안에선 술을 마실 수 없다. 어린이들도 이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편의점 밖 테이블에서 마실 것을 권하자 두 남성은 "추운데 밖에서 어떻게 먹노. 니가 가서 먹어봐라"며 언성을 높였다. 결국 두 남성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더니 술병과 과자봉지를 어질러 놓고 사라졌다.
김 씨는 "컵라면을 끓여서 갖고 오라는 분부터 소주병 깨트려놓곤 오히려 화를 내시는 분까지 유형도 제각각"이라며 "우리도 귀한 자식인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알바노조 편의점모임이 지난해 12월 368명을 상대로 근무실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손님으로부터 폭언·폭행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68%에 달했다. 근무시간대별로는 야간이 12.4%로 주간(6.2%)보다 배나 높았다.
충북도교육청이 최근 발간한 '청소년 노동자, 세상을 향해 이야기 하다!'는 어른들이 알바생을 함부로 대하는 현실을 인터뷰 형식으로 보여준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했다는 A(18) 군은 인터뷰에서 "자잘한 실수를 했다고 지점장한테 계산대 뒤쪽에서 맞았다"고 토로했다. B(18) 군은 "손님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다. 여자 손님이 커피에 입술을 데었는데 옆에 있던 남자친구가 서비스가 왜 이 모양이냐며 소리 지르고 내 멱살을 잡았다"고 전했다. C (17) 양은 "사장님이 볼 만지고 등을 쓰다듬은 적이 있다"며 진저리를 쳤다.
새벽 4시. 본격적인 졸음과의 사투가 시작됐다. 한 번 쏟아진 잠은 가실 줄을 몰랐다. 김 씨는 "원래 이때가 손님이 없는데도 제일 힘든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휴학생이자 공무원 준비생이다. 1학년 때부터 학비와 공무원시험 준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단다. "돈이나 취업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금수저 아닌 이상.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유일한 삶의 버팀목입니다."
교대시간인 오전 8시. 이토록 아침이 기다려졌던 적이 있었을까. 다음 근무자는 고맙게도 5분 일찍 도착했다. 가장 중요한 정산도 오차 금액 없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김 씨가 도와준 덕분이다. "알바생들 힘 낼 수 있는 기사 많이 부탁드려요. 요즘 청년들 진짜 힘들거든요."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