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도시공사 설 명절 앞두고
- 계약업체에 선물금지 공문
- '안 주고 안 받기' 민간도 동참
- 선물배송 목록서 관공서 지워

시행 100일을 맞은 청탁금지법이 명절과 새해 인사철 풍경을 바꿨다. 이 법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는 관공서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 금융권 등에서도 과도한 선물 주고받기나 접대 근절 분위기에 동참하면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4일 이마트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대.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판매된 선물세트 중 5만 원 미만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137% 늘었다고 밝혔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4일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이곳은 지난해 12월 말 계약업체 130여 곳에 명절 선물이나 향응 제공 금지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본사 임직원의 부당한 요구가 있다면 즉각 신고 바란다'며 전화번호까지 명시했다. 실제 한 임원은 계약업체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주는 달력도 그 자리에서 돌려보낼 정도로 내부 기강을 다잡고 있다. 국세청 역시 법 시행 전인 지난해 초부터 관련 공문과 안내 책자 배부, 교육 실시 등으로 강력한 준법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외부 업체에서 청탁금지법 내용을 잘 모르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선물을 보내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받는 이만큼 선물을 보내는 업체들도 법 저촉의 부담과 동시에 상대방을 곤란에 빠뜨릴 수 있어 선물을 아예 없애는 추세다. 지역의 한 주류업체는 이번 설부터 관공서를 명절선물 대상에서 제외했다. 해운대의 한 에이전시는 협력업체가 대부분 민간이지만 '명절선물 안 주고 안 받기'를 방침으로 정했다.

부산시 출연 공공기관에 입주한 게임 관련 스타트업도 같은 이유로 기관에 선물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입주업체 A사 대표는 "지난 추석에는 1만 원 상당의 SNS 선물을 관련기관 직원에게 전했지만 모두 반송돼 환불 처리했다"며 "명절을 맞아 작은 감사의 뜻을 전하려는 것이었는데 법 적용 이후에는 부담의 상징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2일 자 시 승진과 전보 인사에서도 감지됐다.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오던 축하 난과 화분은 절반가량으로 확 줄었다. 이번에 승진한 한 직원은 "축하 난 대신 모바일 축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며 "서로 부담을 없애는 이런 문화가 정착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송이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