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에 거액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한 부산은행을 상대로 본격 수사에 나섰다. 또 새누리당 배덕광(69·부산 해운대을) 의원을 소환해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7·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을 추궁했다.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이 4일 피의자 신분으로 부산지검에 소환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서정빈 기자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이날 이장호(70) 전 BS금융지주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 전 회장을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이영복 회장의 청탁을 받고 부산은행에 특혜성 대출을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엘시티 시행사는 2015년 1월 부산은행에서 3800억 원을 대출받아 군인공제회에서 빌린 3550억 원을 갚았다. 그해 9월 부산은행의 지주사인 BNK금융그룹은 15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엘시티 대주단 간사를 맡아 엘시티 시행사에 1조7800억 원의 PF 대출을 했다. 부산은행이 8500억 원, 경남은행은 2500억 원, BNK캐피탈 500억 원 등 BNK금융그룹에서만 1조1500억 원이 대출 약정됐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이 전 회장과 주변 인물들의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했다. 또 이 전 회장이 이 회장에 거액을 빌려주고 되돌려받는 과정에서 통상적인 이자라고 보기 힘든 거액의 뭉칫돈이 오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2006∼2012년 부산은행장 ▷2011∼2013년 BNK금융그룹의 전신인 ㈜BS금융지주 회장 ▷2013∼2015년 ㈜BS금융지주 고문을 지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이 전 회장이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중국 유명 서예가 A 씨의 작품을 받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배덕광 의원이 보관 중이던 A 씨의 작품도 확보했다. 배 의원이 소유한 작품은 배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발견됐다.

A 씨는 2014년 9월 해운대 벡스코에서 국내 첫 전시회를 했다. 당시 전시회 후원은 당시 엘시티 시공사였던 중국건축과 엘시티 시행사가 맡았다. 이 회장은 전시회 추진위원장이었다.

한편 검찰은 이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배 의원을 이날 소환해 중국 작가의 서예 작품을 소장하게 된 경위와 이를 제3의 장소에 보관한 이유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또 배 의원이 이 회장으로부터 금전적 혜택을 받으면서 엘시티 인허가에 편의를 봐줬는지도 추궁했다. 배 의원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엘시티 허가를 내준 것은 맞지만, 특혜를 주지 않았고 금품 비리에도 연루되지 않았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