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러운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로 바뀌는(變) 모양(態)처럼 카카오는 가장 현란한 변태(變態) 열매다. 타원형 카카오 열매의 딱딱한 껍질 안에 30~40개 씨앗이 끈적거리는 흰색 과육에 감싸여 있다. 원숭이는 과육만 빨아 먹고 씨앗을 뱉어 버린다. 카카오 콩이다.

	초콜릿과 코코아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와 콩

인간은 카카오 콩을 가공해 요리조리 먹을 줄 안다. 카카오 콩을 발효시키면 밤색으로 변하며 초콜릿 향이 난다. 첫 번째 변태다. 고대 마야인들은 카카오 콩을 화폐로 쓰기도 하며 볶고 갈아 물에 타 스태미너 음료로 마셨다. 카카후아틀이다. 1500년대 이후 유럽인의 중남미 원정이 시작되면서 이 카카오 액체는 스페인으로 건너갔다. 발음이 초코라틀로 변하며 영국으로까지 퍼졌다. 유럽산 원료 등이 가미되며 맛이 부드럽고 세련되어졌다. 1600년대 런던에는 초콜릿 하우스도 있었다.

카카오 콩을 압착하여 카카오 버터를 얻고 남겨진 고형물을 갈면 카카오 파우더가 된다. 이 분말에 붙인 상품명 코코아가 일반명사인 코코아다. 두 번째 변태다. 드디어 설탕 등을 넣고 여러 단계의 복잡한 제조공정을 거치면 물리적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달콤쌉싸름한 고체 초콜릿이 1800년대에 네덜란드에서 탄생되었다. 세 번째 변태다. 여자의 변신처럼 초콜릿의 무한변신도 무죄다.

변태무쌍한 초콜릿은 살아 있다. 네 번째 변태도 있다. 기체 초콜릿인 초코향이다. 그런데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Cacao) 철자가 변한 카카오(Kakao)가 우리 삶에 녹아들어 변태를 이미 시작했는지 모른다. 적도의 땅에서 자랐던 카카오는 음료, 식품, 향료 뿐 아니라 우리 삶 곳곳에 변태되어 산다.

박기철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