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처럼 힘든 장사 처음이야
-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고?
- 3만 원 쥐어보는 게 소원이야"

- 달걀 대란에 우는 붕어빵 할매
- "밤 11시까지 팔아야 적자 면해"

- 쫓고 쫓기는 단속과의 전쟁
- "점용료 낼테니 양성화해달라"

불황은 저소득층부터 덮친다. 하루 벌고 이틀은 빈손으로 지내는 이웃들은 세밑이 더욱 춥다. 건설일용직이나 대리기사뿐만 아니라 노점상은 경기 침체의 영향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민의 지갑이 가뜩이나 얇아진 데다 '불법' 딱지마저 씌워진 노점상들은 요즘 힘든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28일 오후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한 역사 앞에서 노인이 땅바닥에 채소를 펼쳐 놓고 팔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limkh627@kookje.co.kr

■ 하루 3만 원 벌기도 버거운 삶

28일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BIFF) 광장. 추운 날씨에 손을 앞치마에 넣은 노점상은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드문드문 이어지는 손님의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였다. 튀김·어묵 장사를 하는 A 씨는 "노점만큼 계절을 많이 타는 장사도 없다. 올여름은 너무 더워 음식이 상했을까봐 노점을 꺼리더니 지금은 더웠다 추웠다 날씨가 변덕스러워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먹거리 노점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직격탄을 맞았다. 계란 가격은 20% 이상 올랐지만 수요는 줄었다. 붕어빵 장사를 하는 B 씨는 "오후 8시면 재료가 떨어져 장사를 끝냈는데 지금은 밤 11시까지 해야 겨우 적자를 면한다"면서 "계란빵·토스트는 아예 손님이 없어서 그냥 쉬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양말 장사를 하는 C 씨도 걱정되긴 마찬가지다. 월매출이 지난해보다 40만 원이나 줄어 하루 5만 원도 못 쥐어보고 장사를 접을 때가 많다.

경기 침체에 뒤숭숭한 시국의 영향으로 지갑도 쉽게 열리지 않는다. C 씨는 "노점 물건만 사려고 번화가에 들르는 사람은 없다. 경기가 좋고 근로자 월급이 올라야 상권도 살고 우리도 산다"며 "올해는 연말 회식 자리는 물론 가계 씀씀이 역시 줄어든 게 확실히 느껴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산 동래구 명륜1번가에서 만난 60대 채소 노점상은 "하루 3만 원 만 벌어도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 피할 수 없는 단속·불법 낙인

행정기관의 단속도 피할 수 없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5만5000개의 노점이 새로 생겨났다. 16개 구·군에서 보고한 '정비 실적'은 이를 웃도는 5만8000건이다. 올해도 지난 8월까지 3만7800개의 노점이 생겨났고 3만8000개가 정비됐다. 정비란 노점을 철거하거나 이동을 지시하는 활동이다. 이런 정비 활동 끝에 남은 노점은 매년 2500~2800개 수준이다. 노점이 저소득층의 최후 생계수단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일자리 증가와 복지시스템이 확대되지 않는 한 노점상 단속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대대적인 정비라도 벌어지면 노점상들은 담당 자치단체를 찾아가 읍소하거나 항의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통행을 방해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눈총을 받는 노점을 지켜줄 기관은 없다.

■ "마음을 열면 양성화 보인다"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은 행정기관이 '열린 마음'을 가지면 얼마든지 노점 양성화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에는 도로 점용료를 산정하는 기준이 제시돼 있는데, 노점도 점용물의 한 종류로 표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노점도 정당하게 점용료를 내고 허가를 받은 뒤 영업할 수 있다는 게 전노련의 설명이다. 또 푸드트럭을 양성화했듯 식품위생법을 개정해 노점도 합법 영업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노련 유의선 정책위원장은 "노점도 정기적인 위생 교육과 점검을 조건으로 허가하면 된다. 노점상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제도권 편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여러 가지 상생안도 나오고 있다. 부산 사하구는 지난 4월 전통시장 길 한복판을 차지한 노점에 바퀴가 달린 매대를 제공했다. 화재 발생 때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질서 유지선을 그어 그 밖에 물건을 쌓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통행 불편 문제도 해소했다.

정철욱 박장군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