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동래 목민관 상당수
- 해운대 등 풍광 담은 시 남겨

부산의 상징마크를 보면 산과 바다와 강이 어우러진 삼포지향의 이미지가 짙게 깔려있다. 이러한 조화로운 환경 때문에 부산은 자연경관이 빼어나 예부터 명소 8대(八臺)를 두고 누정(樓亭)문화를 꽃피웠다. 특히 이들 명소 대부분은 바다와 접해 있어 연말연시가 되면 해넘이와 해맞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 중 해운대와 몰운대가 으뜸이다. 이 두 곳은 과거 동래부의 맨 동쪽과 서쪽에 자리한 경승지로 벼슬아치를 비롯하여 숱한 시인묵객 등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임란 후 이 지역의 수장이었던 동래부사 이춘원과 이안눌도 이곳을 찾아 바다를 바라보며 칠언절구의 시를 남겨 더욱 명소의 가치를 드높였다.

	매년 1월 1일 해운대해수욕장에는 해맞이 모습을 보기 위해 수십만 명이 몰려든다.

조선시대 동래부사는 자그마치 250여 명이나 된다. 지역특성상 이곳 수장은 해방(海防)과 관문(關門)에 비중을 두고 목민관으로서 수령칠사의 임무를 수행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부사에 비해 품격이 달랐다. 더구나 동래는 임진왜란의 첫 격전지인 까닭에 부사의 역할이 중대했고 피해마저 극심했다. 이러한 동래가 서서히 평정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전쟁이 끝나고 9년이 흐른 1607년(선조 40) 이춘원 동래부사가 부임하고나서부터였다.

그는 지역 곳곳을 답사하면서 백성을 위로하고 관내의 여러 명승과 고적을 살펴 가꾸기 시작했다. 경승지에 제목과 함께 시를 지어 널리 알리면서 문예숭상의 기풍을 조장했다. '몰운대'란 시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두고 '붉은 수레바퀴'에 비유한 아름다운 그의 시정을 오늘날 몰운대 입구에 서 있는 시비에서 반갑게 만날 수 있다.

浩蕩風濤千萬里(호탕풍도천만리)

호탕한 바람과 파도는 천리요 만리

白雲天半沒孤臺(백운천반몰고대)

하늘가 몰운대는 흰 구름에 묻혔구나

扶桑曉日車輪赤(부사효일차륜적)

새벽바다 돋는 해는 붉은 수레바퀴

常見仙人駕鶴來(상견선인가학래)

언제나 학을 타고 신선이 온다

이춘원에 이어 동래부사로 부임한 인물은 이안눌이었다. 그는 사후에 그의 청렴하고도 검소한 생활이 숭앙돼 청백리로 녹선된 인물이다. 동래부사로 2년 동안 근무하면서 송상현공을 모신 사당 송공사에서 기제를 올리고 임진왜란 때 순절한 분을 애도하며 목민관으로서 본보기를 보였다.

그리고 임지에서 틈틈이 시를 짓기도 해서 4379수를 남길 정도로 시문에도 뛰어난 문관이었다. 그의 시 중에는 해질녘 바다를 바라보며 해운대 풍광을 노래한'등(登)해운대'가 일품이다. 지금은 고층건물에 에워싸여 상전벽해가 된 해운대지만 그렇다고 '등 너머 타는 노을'인들 어디 볼 수가 없겠는가. '등해운대' 시비는 해수욕장 해변 중간쯤에서 매일 해풍을 맞으며 아득한 세월 속 시심까지 전해주고 있다.

石臺千尺勢凌雲(석대천척세릉운)

구름속에 치솟는 듯 아스라이 대는 높고

下瞰扶桑絶點氛(하감부상절점분)

굽어보는 동녘 바다 티 없이 맑고 맑다

海色連天碧無際(해색연천벽무제)

바다와 하늘빛은 가없이 푸르른데

白鷗飛去背斜曛(백구비거배사훈)

훨훨 나는 갈매기 등 너머 타는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