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정모 거리·장기려 거리 등
- 지정만 해놓고 볼거리 등 빈약
- "내실없는 사업 남발 자제해야"
부산 원도심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유명인을 기념하는 거리 만들기에 나섰으나 콘텐츠가 부족해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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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부산 동구 범일동에 조성된 이중섭 거리. 이중섭 화가가 생전에 적었던 글이 전시돼 있다. 이준영 기자 |
부산 중구는 대청동 출신의 김종식(1918~1988)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아 남성초등학교 앞~대성교회 도로를 '김종식로'를 명명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화백의 생가를 리모델링해 그의 작품도 전시할 계획이다. 대구의 '김광석 거리'처럼 벽화 조형물도 만들 예정이다.
동구는 가수 나훈아를 기념하는 '나훈아 거리'를 추진 중이다. 초량동 출신인 나훈아의 생가가 있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일대에 나훈아 박물관과 기념비도 건립할 계획이다. 앞서 동구 범일동에 화가 이중섭의 작품과 글귀를 전시한 '이중섭 거리'와 이중섭 전망대를 2014년 완공했다.
그러나 일부 거리를 제외하고는 콘텐츠가 부족해 관광객 유치에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구가 지난 8월 동광동 40계단~양정모 생가터에 조성한 '양정모 거리'는 표지판만 있을 뿐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양정모 선수에 대한 설명판이나 전시물은 없다. 주민 윤한규(48·중구 동광동) 씨는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양정모 거리'가 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다"며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내용물이 아무 것도 없는데 단순히 거리만 지정한들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서구 역시 1951년 암남동에 현 고신의료원 전신인 복음병원을 세워 무료 진료를 한 장기려 박사를 기념하고자 지난해 '장기려 거리'(알로이시오 기념병원~송도탑스빌)를 지정했지만 볼거리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마구잡이식 거리 조성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산발전연구원 윤지영 연구위원은 "원도심의 공간적 특수성과 지역 인물을 접목한 거리 조성 시도 자체는 좋지만, 고민 없는 사업 남발에 그칠 경우 기존 성공 사례들까지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