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중 가장 귀여운 이름 하나를 꼽으라면 다래가 아닐까 싶다. 숲속에서 자라는 순 우리 토종 다래는 털도 없으니 껍질째 먹어도 된다. 맛이 달아 달애→다래로 불렸을 듯하다. 맛나는 정겨운 이름이다.

다래인 키위 속까지 닮은 듯한 새 키위.

토종 다래를 품종 개량하여 재배되는 다래도 있다. 그런데 양다래가 뉴질랜드로부터 들어와 재배되기 시작했다. 서양인 피부에 털이 많듯이 양다래도 껍질에 털이 많다. 털 때문에 껍질째 먹기는 힘들다.

털 많은 양다래를 참다래라 부른다. 참다래 이름 때문에 우리 토종 다래는 가짜 다래가 된 형국이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 것처럼. 참다래, 즉 양다래 본산지인 뉴질랜드에서의 이름은 키위(kiwi)다.

새 중에서 가장 귀여운 이름 하나를 꼽으라면 키위(kiwi)가 아닐까 싶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키위는 날지 못한다. 날개와 꼬리가 퇴화되어 몸은 과일 키위처럼 동그랗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은 온순한 키위새는 뉴질랜드 국조(國鳥)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스스로를 키위라 여기며 키위를 예뻐한단다. 하지만 이 거친 험한 세상에서 키위새는 지속 가능하게 생존할 수 있을까?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서 멸종된 도도새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려 시대 가요인 청산별곡 1절에 다래가 나온다. ♪살어리 살어리랏다♩청산에 살어리랏다♩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2절에 우는 새가 나온다. 키위새는 아니겠지만 다래에 이어 나오니 키위새로 여기고 싶다. 파라다이스(理想鄕)인 청산(靑山)에서 다래를 먹고 키위새가 ~키위~키위~ 하며 애틋하게 우는 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