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제한속도 하향 전후

- 2009년 대비 2011년 중사고
- 중앙대로 16.3% 줄었지만
- 인접 도로 평균과 차이 없어
- 1.8% 증가 수영로도 마찬가지

# 전례없는 단속·홍보 강화

- 2013년 사고급감 원인 추정
- 간선도로 세밀한 연구 필요

도로의 형태와 차량 흐름이 이상적이거나 이상에 근접한 수준이라면 제한속도 하향이 교통사고 감소에 큰 효과를 낼 게 분명하다. 그러나 취재팀이 집중한 부분은 '부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다. 간선도로가 제 기능을 잃고, 외곽 순환도로가 완성되지 않았으며, 현재의 평균 통행속도가 하향 목표치(시속 50㎞)에 견줘 턱없이 낮은 현실에서 과연 제한속도를 낮추는 게 최선의 해법일까.

중앙대로 제한속도 하향을 추진하는 부산경찰청과 부산시가 교통 전문가들에게 찬반 의견을 물었을 때 '반대'와 '유보'가 '찬성'보다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취재팀은 제한속도 하향의 순효과를 파악하려고 간선도로를 더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여기에서도 제한속도 하향과 교통사고 감소 간 비례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속도 하향·비하향 차이 없어

2010년 5월 단행된 부산 도심 간선도로 15개 구간(77.9㎞) 제한속도 하향(시속 70㎞→60㎞)은 중앙대로와 수영로를 핵심축으로 한다. 취재팀은 이에 따라 중앙대로(월드컵대로~거제대로 포함)와 수영로(APEC로~해운대로 포함) 인접 동의 2009·2011·2013·2015년 교통사고 1만36건을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모두 분석했다. 제한속도 하향의 최대 목표가 인명피해를 줄이는 것인 만큼 분석에 사용한 사고는 중사고(사망·중상사고)로 제한했다.

분석 결과 제한속도 하향을 전후한 2009년과 2011년 중앙대로 위에서 발생한 사고는 640건에서 536건으로 16.3% 줄었다. 얼핏 보기엔 제한속도를 낮춘 효과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앙대로 바로 옆의 또 다른 간선도로인 전포대로(부산진구 구간)에선 같은 기간 제한속도(시속 60㎞)를 전혀 낮추지 않았는데도 사고는 46.3%(41건→22건)나 급감했다.

또 중앙대로 인접 동(금정·동래·연제·부산진·동·중구 24개 법정동)의 전체 사고 중 이면도로 등 제한속도를 변경하지 않은 구간에서 발생한 사고도 1537건에서 1301건으로 15.4% 감소했다. 제한속도를 낮춘 중앙대로에서만 사고가 줄어든 게 아니라는 결론이다.

수영로의 상황도 비슷하다. 2009년과 2011년 수영로 위에서 일어난 사고는 249건과 252건으로 오히려 제한속도를 낮춘 이후 1.8% 증가했다. 그렇다고 속도 하향이 사고에 역효과를 미쳤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수영로 인접 동(남·수영·해운대구 7개 법정동)에서 수영로 외에 제한속도를 하향하지 않은 구간의 사고 역시 3.0%(602→620건) 늘었다.

따라서 지금 부산의 도로에서 제한속도 하향이 교통사고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와 교통안전공단이 내세우는 미국 연방 도로관리국의 연구논문에서도 '속도 제한이 교통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 순효과에 대한 증거는 극히 제한적이다'고 적혀 있다.

■'마법' 같은 2013년

2011년과 2012년 증가세를 보이던 부산의 전체 교통사고(경상사고 포함)는 2013년 전년과 비교해 14.4%나 급감했다. 경찰도 제한속도 추가 하향 등 외부적인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명확한 사고 감소 원인을 제시하지 못한다. 다만 경찰은 이 시기 선진 교통문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4대 무질서(신호위반 꼬리물기 지정차로위반 끼어들기) 단속·홍보를 연중 벌였다.

경찰의 캠페인은 2009년 84회에서 2013년 1867회로 대폭 늘었다. 꼬리물기, 안전벨트 미착용, 불법 차선변경 등 과속 카메라가 아닌 경찰의 발로 하는 단속도 2012년 15만305건에서 2013년 25만7830건으로 1년 새 71.5% 급증했다.

제한속도 하향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교통사고 감소에 큰 효과를 낼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중앙대로와 수영로의 중사고(각 2년 전 비교)도 2013년 14.4%와 25.1%, 2015년 17.2%와 10.4%씩 감소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간선도로 제한속도 하향 방안을 연구할 때 2013년 부산 교통사고에 관한 연구도 병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권혁범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 경찰 운전자 현장 단속건수 연도 건 연도 건 2008년 15만6890 2012년 15만305 2009년 13만4304 2013년 25만7830 2010년 25만9422 2014년 36만7831 2011년 16만3776 2015년 54만7457

◇ 경찰 교통관련 캠페인 연도 건 연도 건 2009년 84 2013년 1867 2010년 1328 2014년 1927 2011년 1299 2015년 2563 2012년 1967 2016년(11월) 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