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규모 농가, 지자체 미등록
- 사비 들여 주변 방역 드물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소규모 농가가 AI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가금류 사육두수가 50마리 미만인 농가는 자치단체에 별도로 등록하지 않아도 돼 방역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기 때문이다.

1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부산시에 등록된 닭 사육농가는 강서구 24곳과 해운대구 13곳을 포함해 총 49곳이다. 현행법상 닭 사육농가로 등록하려면 50마리 이상을 키우면서 사육면적이 10㎡를 넘어야 한다. 사육면적이 50㎡ 이상이면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문제는 AI가 사육두수와 상관없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AI 발생 신고를 한 부산 기장군의 한 농장은 닭 27마리를 사육 중이었다. 기장군과 금정·해운대에는 이러한 소규모 농장이 산재돼 있다. 장안읍에서 닭 22마리를 키우는 한 농장주는 "전문 닭 사육농가가 아니라면 대부분 20~30마리 안팎의 가금류를 키운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토종닭 14마리가 폐사해 AI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군포시의 농가도 소규모였다.

등록되지 않은 농가에는 방역의 손길도 잘 닿지 않는다. 농장주 역시 사비를 들여 방역하는 경우는 드물다.

방역당국은 "AI 예방은 규모가 큰 등록 농장 위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소규모 농장은 알음알음으로 방역한다"고 전했다.

기장군은 지난 16일부터 읍·면별로 소규모 농장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아직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닭 한 마리라도 키우는 농가의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기장군 전역에 방역을 진행해 더는 AI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방역지원단도 이날부터 소독차량 154대를 동원해 방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규모 가금 농가를 대상으로 집중 소독에 나섰다.

한편 기장군은 일광면 AI 발생지에서 반경 3㎞ 이내에 있는 농가 7곳의 닭과 오리 694마리를 이날까지 살처분했다. 또 AI 의심신고를 한 농가의 닭이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이날 이동통제초소를 6곳에서 11곳으로 확대했다.

부산시는 재난상황실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AI 감염 예방을 위해 가금류 사육농가에서 철저한 출입통제와 소독하기를 당부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