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한 폭발물류 사용 꺼려"
- 형식적 훈련·허위 서류 여전
지난 13일 울산에서 발생한 군부대 폭발사고를 계기로 우리 군의 고질적인 병폐와 문제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가 발생하면 습관적으로 은폐 축소하려 하거나 형식적 훈련·서류 짜 맞추기와 같은 적폐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육군은 지난 14일 울산시청에서 가진 폭발사고 브리핑에서 총 28명의 장병이 시가지전투 모형훈련장 앞을 지나던 중 폭발이 일어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고로 다친 10명 중 1명은 발가락 3개가 절단됐다. 1명은 2도 이상 화상을 입었고 4명은 고막이 파열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나머지 18명은 약을 처방받고 부대로 복귀했다.
사고 발생 초기 군은 6명만 다쳤다고 주장했다. 불과 하루 사이에 부상자가 4명이 추가된 것이다. 사고 직후 군이 부상자 수를 줄이려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의심받는 대목이다.
53사단 측은 "화상과 골절상을 입은 중상자 치료와 사고 원인의 대공 용의점 분석에 집중하느라 고막 파열 환자에 대한 파악이 늦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고막 파열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이경(耳鏡)이라 불리는 의료기로 간단히 진단할 수 있는 질환이어서 사고 당일 부상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군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형식적 훈련과 서류나 보고서 짜 맞추기 병폐도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난 부대에서는 올해 폭음통을 모두 1842발을 지급받았는데 올해 예비군 훈련이 끝나도록 200발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문책을 우려한 부대 담당자들은 정상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훈련일지에 허위로 기재하고 폭음통을 몰래 처리하려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상부에서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강조하지만 예하부대에서는 일반적으로 위험성이 있는 폭발물류의 교보재 사용을 꺼린다. 재고를 이월하면 문책을 당할 수 있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게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예비군 훈련부대일수록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부대 관리 책임자들의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유사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