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은 1600발 연내 사용 어렵자
- 대대장 지시에 병사 임의 처리
- 폭음통서 분리한 다량의 화약
- 땅에 끌린 철제삽 정전기로 폭발

지난 13일 울산 북구의 한 군부대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병사들이 폭음통을 분리해 아무렇게나 버린 화약이 삽 등 금속물체에 접촉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폭발사고가 발생한 울산시 북구 신현동 예비군훈련부대의 시가지 모형 전투장의 모습. 폭발 충격으로 조립식 패널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파손돼 있다. 검게 그을린 흔적 4, 5군데가 있는 콘크리트 바닥(타원 안)이 폭발사고 지점으로 추정된다. 육군 제공

육군은 14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고 원인에 대해 이같이 설명한 뒤 사고 유발자는 물론 지휘 선상에 있는 간부들까지 책임을 물어 군법에 따라 적절한 처벌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발생 12일 전인 지난 1일 이 부대의 교육용 탄약 및 폭약류를 관리하는 정작(정보·작전)과 소속 부사관(중사)이 병사 4명과 함께 폭음통 1600여 발을 재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이들은 올해 사용해야 할 전체 1800여 발의 폭음통 가운데 남은 1600여 발을 연내 정상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자 폭음통을 해체해 안에 든 화약을 시가지 전투 모형훈련장과 접한 길에 뿌렸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장교와 병사 등 28명이 13일 오전 11시47분 순찰로 잡목 제거작업을 마치고 삽 등 작업 도구를 소지한 채 내무반으로 돌아가던 중 사고 장소에 이르렀고, 곧이어 폭발이 일어났다. 군 관계자는 "사고 지점 도로가 내리막 경사여서 병사들이 땅바닥에 끌고 가던 작업 도구에서 일어난 불꽃이 12일 전 길가에 뿌려진 화약과 접촉해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고 원인이 된 폭음통에 대한 재고 소진은 대대장(중령)에게 보고해 허락된 것이지만 구체적인 처리방법에 대해서는 별도 지시는 없었다. 부사관이 임의로 이 같은 방법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고로 인해 다친 장병은 모두 10명으로 이 중 두 명은 중상이다. 중상자 한 명은 2도 화상으로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한 명은 발가락 3개가 절단돼 부산국군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았다. 나머지 경상자들도 민간병원과 군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군은 밝혔다.

※ 폭음통

군에서 훈련 시 실제 전장상황과 같은 효과음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교육용 교보재 중 하나다. 두꺼운 종이 재질로 된 어른 손가락 2개 마디 정도의 크기에 7㎝ 길이의 심지가 달려 있다. 여기에 불을 붙여 던지면 3~4초 후 통에 들어 있는 화약(3g)이 폭발하며 굉음을 낸다. 이때 초당 400m 정도의 폭압과 103㏈ 정도의 폭음이 발생한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