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年 11억 쓰레기매립장 보상금
- 100억대 재활용센터 매출 등
- 노인 중심 대책위가 관리·분배
- 장년층과 운영·이주 놓고 충돌

지난 13일 오후 8시50분 부산 강서구 녹산동 생곡마을회관 1층 복도에서 누군가가 뿌린 최루 분말 때문에 2층에 있다 호흡곤란을 느낀 노인 9명이 병원으로 후송(본지 14일 자 7면 보도)됐다. 생곡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에 잡힌 범인은 마을 주민 배모(51) 씨. 배 씨는 이날 오후 7시부터 매년 연말에 한 차례 열리는 마을 회의(대동제)에서 노인들이 자신의 동생인 통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사회를 보던 자신에게 욕설과 손가락질을 하자 욱하는 마음에서 최루 분말을 뿌렸다고 진술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통장 연임' 문제지만, 사건 이면에는 '돈'이 있었다. 막대한 수익금을 내는 쓰레기재활용센터 운영과 이주 문제로 이어졌던 케케묵은 갈등이 터진 것이다.

시발점은 1996년 생곡마을에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부산시는 주민 보상 차원에서 매년 지원금 9억 원을 비롯해 활동비, 건강검진비, 회의 수당 등 약 11억 원을 지급하고 있다. 또 쓰레기재활용센터 부지를 제공하고, 건물을 지어주며 주민이 운영하도록 했다. 현재 재활용센터 연간 수익금은 15억8400만 원(지난해 기준)이고, 연 매출은 100억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주민 120여 세대가 설과 추석 때 주거 기간, 주택 소유 여부, 가족 수 등을 기준으로 차등 분배된다. 세대당 차등은 있지만 최대 2000만 원 이상을 받는 집도 있다고 한다.

지원금과 쓰레기재활용센터 운영은 모두 생곡 주민대책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다. 김모(77) 위원장은 노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15년간 직을 맡고 있다. 여기에 통장을 중심으로 한 젊은층이 운영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민 간 갈등이 시작됐다. 특히 통장과 젊은이들은 김 위원장이 마을 입구에 각종 혐오시설을 유치했다며 이주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주거기간이 길어 상대적으로 보상금을 많이 받는 노인들은 이주에 반대하며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대항하고 있다.

이권 문제로 수년째 이어지던 주민 대립은 결국 최루 냄새 사건으로 폭발했다. 노인들은 이주를 주장하는 통장의 연임을 막아섰고, 젊은 층은 밀어붙였다. 막말과 고성이 오가던 중 통장 측은 해산했고, 노인 30여 명은 2층에서 대책 회의를 하던 중 냄새를 맡고 쓰러졌다. 생곡마을 주민의 화합을 기리는 대동제가 열린 날이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