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야기 공작소-낙동강 하구 스토리 여행 <4> 등대- 바다의 이정표, 삶의 이정표

뱃길 잃을까 불 밝힌 등대, 막막한 인생길도 밝혀 줬으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2-11 19:23:17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바닷길 표시 '항로표지'
- 등표·등부표 등 40여 종 달해

- 등대와 기능 비슷한 등주
- 부산에 있는 400여 개 대부분
- 낙동강 하구에 설치 돼 있어

- 일제강점기 때 지명 개명 아픔
- 신전·성산마을 포구의 등대
- 자식 걱정 노모의 마음처럼
- 야간 선박 안전한 운항 안내

육지에는 도로표지가 있고 바다에는 항로표지가 있다. 차가 도로표지를 준수하듯 배는 항로표지를 준수한다. 도로표지와 마찬가지로 항로표지는 종류가 많다. 등대는 그 중의 하나다. 등대 말고도 40종 안팎에 이른다. 대표적인 게 등주 등표 등부표 도등이다. 등(燈)이 들어가는 항로표지는 불이 들어온다. 입표 부표 도표는 불이 들어오지 않는 항로표지다. 사이렌 같은 음파표지도 있고 전파를 이용하는 전파표지도 있다.
등대는 배에게 길을 알려주는 항로표지이다. 낙동강 하구를 대표하는 항로표지인 등주(燈住)는 태양열로 충전해 야간에 불이 들어온다. 사진은 부산 강서구 녹산동 성산(星山)마을의 성산등대. 박수정 사진작가
낙동강 하구를 대표하는 항로표지는 등주다. 등주는 등 기둥. 기능은 등대와 같다. 그렇지만 별다른 장식 없이 밋밋한 형태라서 등대로 보이지 않는다. 등주가 등대 사촌이란 걸 아는 사람이 드문 이유다. 부산에 등주는 얼마나 있을까. 놀라지 마시라. 400개 가까이 된다. 부산에 있는 국유 항로표지는 모두 623개. 절반이 넘는 391개가 등주이고, 등주 대부분은 낙동강 하구에 있다.

등대도 여럿 된다. 신호교 인근에 신전등대가 있고 녹산동 성산마을 방파제 등대가 있다. 방파제 등대는 하나 또는 둘이다. 하나든 둘이든 등대를 배치하는 원칙은 똑같다. 육지 기준으로 왼쪽이 붉은색, 오른쪽이 흰색이다. 원래는 흰색 대신 녹색을 써야 한다. 산지가 많은 한국은 멀리서 보면 산색과 녹색이 혼동되므로 흰색을 쓴다. 국제항로표지협회(IALA)도 예외를 인정한다.

서낙동강변의 강서구 명지동 하신(下新)마을에 설치돼 있는 등대.
바다에도 길이 있다.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길을 벗어나거나 무시하면 사고가 일어난다. 배는 아무렇게나 다니는 것처럼 보여도 결코 아무렇게나 다니지 않는다. 항로표지는 안전하고 빠른 운항을 돕는다. 항로표지를 알면 배가 가는 길이 보이고 낙동강 물길이 보인다. 낙동강을 대표하는 등주와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신전등대, 성산등대를 소개한다.

"저걸 항로등이라고 해요. 저 사이로 배가 다녀야 해요. 바깥으로 다니면 썰물 때는 좀 괜찮지만 물이 빠지는 밀물 때면 배 바닥이 모래에 닿아요." 서낙동강 신전포구 방파제에서 어구를 손질하는 사내는 넷. 포구 맞은편에 르노삼성자동차 공장이 보인다. 포구와 공장 사이 바다 한가운데 양쪽에 말뚝이 죽 꽂혀 있다. 사내는 그걸 가리키며 항로등이라고 한다. 사내가 가리킨 항로등이 곧 등주다.

'명지12' '명지19'. 을숙도에서 낙동강 생태탐방선을 타고 모래톱을 지나면 지명과 숫자를 적은 쇠말뚝인 등주가 뱃길 양쪽에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 녹산에는 숫자 앞에 '녹산'이 적혀 있고 신호에는 '신호'라고 적혀 있다. 사내 말대로 운항하는 배는 등주 사이로 다녀야 한다. 물이 빠지면 모래언덕이 드러날 만큼 수심이 얕아서 등주를 무시하고 다녔다간 큰코 다친다. 자칫 잘못해서 배가 바닥에 닿으면, 그대로 두었다가 물이 들길 기다려야 한다.

"낙동강 하구 등주는 태양열로 충전해 야간에 불이 들어옵니다. 왼쪽은 홍등이, 오른쪽은 녹등이 켜집니다. 배의 진행방향을 좌우로 나타내는 항로표지를 측방표지라고 합니다." 등주도 방파제 등대처럼 색이 두 가지다. 왼쪽이 적색이고 오른쪽이 녹색이다. 들어오는 배는 적색 등주에 붙어서 들어오고, 나가는 배는 녹색 등주에 붙어서 나간다. 색깔 구분이 어려운 야간에는 홍등, 녹등이 들어와 충돌사고를 예방한다고 가덕도등대 김흥수 소장은 일러준다.

김 소장 언급대로 측방표지는 배의 진행 방향을 좌우로 나타낸다. 그에 반해 방위표지는 해상에 세워서 배 진행 방향을 동서남북 방위로 나타낸다. 등대 몸체를 이등분해 위가 검고 아래가 노란색이면 북쪽으로 가란 지시다. 남쪽은 그 반대다. 몸체를 삼등분해 가운데가 노랗고 위·아래가 검으면 동쪽, 가운데가 검고 위·아래가 노라면 서쪽이다. 우리가 알아듣지 못해서 그렇지 등대가 우리에게 하는 말은 언제나 어디서나 간결하고 간절하다. 예순 넘은 자식에게 '차 조심해라'는 노모의 마음이 등대의 마음이다. 저런 등대를 수백이나 둔 낙동강 하구는 넓고 넓은 부모님 품이다.

신전등대는 서낙동강 등대다. 르노삼성자동차 공장 길목인 신호대교에서 녹산수문 쪽으로 보면 오른쪽에 신전포구 방파제 붉은 등대, 흰 등대가 보인다. 1997년 12월 세웠다. 다른 등대가 다 그렇듯 왼쪽이 붉고 오른쪽이 희다. 불빛은 홍등, 녹등이 켜진다. 바다지도인 해도는 FlR5s, FlG5s로 표기한다. FlR5s는 홍등이 5초에 한 번씩 깜박인다는 뜻이고, FlG5s는 녹등이 5초에 한 번씩 깜박인다는 뜻이다. Fl은 Flash의 약자이고 G는 Green, R은 Red, s는 초를 뜻한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 포구에서 한 어민이 어망을 손질하고 있다.
신전은 상신과 중신, 하신으로 이뤄졌다. 등대가 있는 포구는 하신(下新)마을이다. 아름드리 당산나무가 마을 입구를 지킨다. 1996년 하신마을 주민이 세운 돌비에 지명 유래가 나온다. 옛 모습을 맛깔스럽게 묘사했다. 그대로 옮긴다. '낙동강 끝자락에 삼각주 띠밭등 마을. 염전에서 만든 소금, 갈게 잡아 만든 젓갈, 돛단배 바람 없는 날엔 고디 끌고 살은 옛님. 쪽빛 하늘 넓은 바다 그물 펴고 김 양식하며 땀으로 이룬 터전 파 농사 이어졌다'.

신전(新田)은 일제의 무례가 엿보이는 지명이다. 한자로 지명을 접하면 '새로 생긴 밭'이 된다. 무게중심을 염전이나 파 농사에 두면, 새로 생긴 염전이나 새로 생긴 파밭이거니 한다. 그러나 신전이란 이름의 원점은 염전이나 파밭이 아니고 띠밭이다. 초가지붕 이을 때 쓰는 띠는 '새'의 다른 말. 새는 볏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띠밭, 새밭을 억지 한자로 옮겨 신전이 되었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라곤 손톱만치도 없이 일제 행정편의를 위해 지은 이름이 새 신 밭 전, 신전이다.

낙동강 하구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작은 어선.
성산등대는 녹산수문 근처에 있다. 2009년 12월 세웠다. 하신마을에서 걸어서 가도 된다. 강변을 따라 강서경찰서 쪽으로 가다가 녹산수문을 지나면 나온다. 녹산수문은 1수문과 2수문이 있다. 1934년 수문이 1수문이고 1992년 수문이 2수문이다. 1수문과 2수문 사이에 노적봉이 있다. 수문 아래 마을이 성산마을이다. 서낙동강 하구를 낀 성산마을은 녹산에서 가장 잘 나가던 마을이었다. 여기가 김해이던 시절, 김해에서 두 번째로 큰 오일장이 1일과 6일 붙은 날에 열렸다. 시메끼리(締切)는 성산마을의 일본식 별명이다. 녹산수문이 놓이고 녹산교가 놓이면서 얻은 이름이다. 물막이 공사, 마감을 뜻하는 일본말이 시메끼리다. 일제가 서낙동강 물길을 수문으로 차단한 뒤 일본식 별명을 얻었다. 올해 여든인 동네 할머니는 일제가 수문을 놓아 물길을 막으면서 동네 기운이 끊겼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형산진이라는 크고 오래된 나루터가 있을 정도로 잘 나가던 동네가 젊은 사람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퇴락한 게 동네 기운을 끊은 일제 탓이라며 목소리 높인다. 성산은 형산의 변음이다.

등대는 마을 안쪽 포구에 있다. 큰 배가 드나들던 유서 깊은 나루터였던 만큼 성산포구는 품이 너르다. 방파제 하나로 포구를 다 안지 못해 둘을 들였고 방파제 끝자락마다 등대를 세웠다. 포구는 너르고 정박한 배도 많지만 배 크기는 고만고만하다. 연안자망 1톤 내외, 연안복합 2톤 내외 FRP 선박이 대부분이다. 할머니 말대로 동네 기운이 썰렁하다.

바다는 셋으로 나눈다. 육지에서 가깝고 머냐에 따라 연안과 근해, 원양으로 나눈다. 육지에서 멀수록 배가 커진다. 연안자망은 육지 가까운 바다에서 그물로, 연안복합은 그물과 통발 등으로 고기를 잡는다. 포구 맞은편에는 명지오션시티가 있다. 오션시티 위로 보름달이 뜨면 낙동강 하구는 윤슬의 바다가 된다. 달빛이나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 윤슬이다.

등대는 이정표다. 배에게 어디로 가라고 가리킨다. 사람의 삶에도 등대가 있으면 좋겠다. 어디로 갈지 몰라 답답하고 막막할 때 등대 같은 존재는 오죽 고마운가. 나를 들여다보고 싶을 때, 어디쯤 와 있는지 알고 싶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싶을 때 낙동강 하구 강둑이나 포구에 물끄러미 서 보라. 등대 반짝이는 불빛이 길을 밝혀 주려니.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 주려니.


# 등주, 전후좌우 알려주는 바다 위 도로표지판

- 입항 때 녹색·홍색은 좌우 구별
- 흑색·황색은 동서남북 표시

부산항 북항에 설치돼 있는 등주.
낙동강 하구 등주는 측방표지다. 배의 진행방향을 좌측, 우측으로 나타낸다. 배의 진행방향을 동서남북 방위로 나타내는 것도 있다. 이를 방위표지라고 한다. 측방표지는 녹색과 홍색을 쓰고 방위표지는 흑색과 황색을 쓴다.

녹색 측방표지는 좌현표지라 한다. 입항하는 배 왼쪽에 있다고 좌현표지다. 우현표지의 홍색은 입항하는 배 오른쪽에 둔다.

방위표지는 약간 헷갈리지만 알고 보면 단순하다. 등탑을 이등분해 상반신이 흑색이고 하반신이 황색이면 북쪽으로 항해하라는 표시다. 남쪽은 그 반대다.

동쪽과 서쪽의 방위표지는 등탑을 삼등분한다. 삼등분해 가운데가 황색이고 양끝이 흑색이면 동쪽, 가운데가 흑색이고 양끝이 황색이면 서쪽이다. 등대의 덕목은 단순하고 한결같다는 데 있다. 두세 가지 색을 단순 배치해 배가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 부산 어디서나, 한국 어디서나 똑같이 적용한다.

동서남북 일정지위야(東西南北 一定之位也) 전후좌우 부정지위야(前後左右 無定之位也). 중국 명나라 말기 지식인 장조의 산문집 '유몽영(幽夢影)'에 실린 단문이다. 동서남북은 방향이 정해져 있지만 전후좌우는 정해진 방향이 없다는 뜻이다. 몸을 돌려세우면 전후좌우는 변한다.

하루하루 막막하고 답답할 때 포구에 서 보자. 포구 등대를 보며 몸을 돌려세우듯 마음을 돌려세워 보자.

동길산 시인

공동기획: 부산광역시 낙동강 관리본부,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국제신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6. 6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7. 7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0. 10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6. 6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7. 7[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8. 8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9. 9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0. 10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10. 10‘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5. 5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8. 8국회 복지위 ‘침례병원 정상화’ 정부 결단 촉구
  9. 9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0. 10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한 아이의 내일을 바꾸는 '부산의 힘'
한부모 가장 장애자녀 셋 돌봄…낡고 좁은 집 ‘위태’
위기가정 긴급 지원
홀로 질병과 생활고 견디는 독거노인…수도까지 끊겨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