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를 알고도 묵인하는 정치인과 행동하지 않는 어른이 답답해서 부산에서 올라왔습니다. 국민 여러분 행동하십시오!"

왼쪽부터 금정고 최민창 군, 박홍원 부산대 교수, 래퍼 뉴본, '속고아지매' 김경덕

지난 10월 30일 수능을 앞둔 부산의 고3 학생은 서울 광화문에서 이렇게 외쳤다. 금정고 3학년 최민창(18) 군. 1차 시국집회 뒤 울려 퍼진 최 군의 외침에 정치인과 어른들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부산외국어대에 합격한 최 군은 "피 흘리며 쟁취한 민주주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어른들은 탄핵안 가결에 들뜨지 말고 나라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정치를 외면했다는 반성부터 하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평범한 시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줬다. 2016년 촛불 혁명의 주연은 집회를 이끈 몇몇 정치인이나 시민단체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친 시민들이었다.

부산대는 전국 국립대 최초로 교수 370여 명이 시국선언을 해 촛불을 키웠다. 시국집회를 주도한 부산대 박홍원(신문방송학과) 교수는 "6주간 광장에서 벌인 고단한 싸움에 지지 않고 더 크게 타오른 촛불이 자랑스럽다"고 소회를 밝힌 뒤 "한시름 놨지만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어나려면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의 저항 운동을 노래로 호소한 음악가도 있었다. 래퍼 뉴본(26·본명 조현준)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주제로 만든 2분 남짓한 곡('walk on by')은 국정 농단 사태가 우리 삶과 직접 연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야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머뭇거리는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저항 운동에 참여하라고 강조한다. 뉴본은 "탄핵보다 하야가 더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광화문에서 정치인에 대한 일갈로 국민의 속을 시원하게 해줬던 '속고 아지매' 김경덕(여·60) 씨도 빼놓을 수 없다. 김 씨는 광화문에서 열린 3차 촛불집회 자유발언에서 공무원, 구청장, 시장, 국회의원, 대통령 등에게 속았다는 '분노의 연설'로 유명세를 탔다. 김 씨는 "집회에 서울 3번 부산 1번 참석했는데 그동안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준용 박호걸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