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부산진 "세계 축제" 반박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축제가 인기를 끌면서 행사 주최 지자체 간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인 겨울 축제로 자리잡고 있는 중구 광복로 일대의 크리스마스 트리축제(왼쪽)와 해운대 해수욕장 및 구남로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해운대 크리스마스 트리축제. 김성효 기자 연합뉴스

포문은 부산 중구가 열었다. 지난달 26일부터 '탄생의 기쁨'이라는 주제로 제8회 트리축제를 열고 있는 중구는 올해 더 크고 화려하게 판을 펼쳤다. 광복로 시티스팟에 설치된 17m 초대형 생일케이크 모양의 메인트리를 비롯해 A~ D 4개 구간마다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트리 디자인을 선보여 부산의 대표적인 겨울 축제로 자리잡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축제 방문객은 2013년 600만 명 , 2014·2015년 각 700만 명에서 올해는 8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가 비슷한 트리축제를 잇따라 열고 있어 맏형 격인 중구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유사 축제로 인해 빛 축제의 원조인 중구의 명성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해운대 트리축제가 예년보다 한층 규모를 키우면서 중구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마찬가지로 어렵게 키워놓은 트리축제마저 해운대가 빼앗아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운대구는 지난 2일부터 '겨울바다, 우리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해운대 해수욕장과 구남로(도시철도 해운대역~해수욕장), 해운대시장, 해운대구청 등 폭넓은 지역에서 트리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LED조명과 볼 조형물, 미니트리 70개를 추가로 설치해 지난해보다 행사 규모가 커졌고, 빛축제를 벌이는 구남로 구간도 배 이상 길어졌다. 축제기간 역시 70일로, 행사규모로만 보면 광복로 트리축제를 넘어섰을 정도다. 지난해 방문객은 300만 명을 돌파해 겨울 해운대의 명물이 되고 있다. 부산진구도 오는 13일부터 내년 1월 14일까지 33일간 서면문화로 일대에서 '제4회 부산진구 크리스마스 트리문화축제'를 연다.

중구 관계자는 "지자체 특성에 맞는 독창적인 축제를 개발하기보다는 성공한 축제를 모방하는 관행이 많다"면서 "규모가 큰 타 지자체가 자꾸 우리 것을 모방하는 것을 막고자 올해는 트리 디자인의 저작권까지 등록했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대해 부산진구와 해운대구는 보편적인 크리스마스 행사를 축제 모방 사례로 보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크리스마스는 전세계에서 즐기는 기념일인 만큼 트리축제를 중구만의 행사로 한정지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