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국회를 분열로 내몰아
- 진흙탕싸움 시키려는 속셈
- 촛불집회·휴업·총파업 강행"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 담화가 '청와대 게이트'에 분노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박 대통령이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하자 시민사회는 "피의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결백만 주장했다. 퇴진 시기를 정치권에 떠밀지 말고 당장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 대통령이 국회의 진흙탕 싸움을 부추겨 임기 연장을 꾀하고 있다. 현명한 국민은 촛불 대신 횃불을 들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도 있었다.
| |  |
| 29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를 지켜 보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이날 '너절한 변명이 아닌 즉각 퇴진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성명은 "박 대통령이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변명으로 국민을 또 우롱했다. 국민 96%는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검찰 수사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100여 개 노동·시민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 김종민 공동대표는 "검찰이 대면조사도 못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나는 잘못이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태도를 보여 황당하다"고 밝혔다.
한국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일제히 성명을 내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를 거짓 또는 기만이라고 규정하고 즉각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성명에서 "박 대통령이 끝까지 자신이 몸통인 비리를 측근의 잘못으로 돌렸다. 또 자신은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면서 자신의 퇴진을 국회에 맡긴다는 시간 끌기용 꼼수를 부리지 말고 조건 없이 즉각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이 탄핵 정국에서 탈출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산대 박홍원(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회에서 합의를 하면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는 말은 '더는 하야 요구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면서 "국민의 퇴진 요구가 크고 탄핵 발의가 다가오자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종민 공동대표도 "야권을 개헌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여 이전투구하게 만들려는 속셈"이라고 밝혔다.
동맹휴업을 추진하고 있는 부산대 총학생회도 "박 대통령이 아직 민심을 모른다. 동맹휴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진퇴 여부는 본인이 결정해야지 왜 국회에서 결정하는가"라며 "국회는 이미 탄핵소추안을 준비하고 있고 그것이 바로 '진퇴 문제에 대한 국회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회가 탄핵안을 처리하기 전에 초점을 흐리기 위한 수단으로 발표했다"며 "대통령으로서 책임지는 모습도 아니고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한 다음 이용자는 "반성은 전혀 없고 떠넘기기만 있는 담화다. 책임은 부하들에게 떠넘기고, 의무는 국회에 떠넘기고, 고통은 국민에게 떠넘기는구나"라고 꼬집었다. "오늘 담화는 국회와 국민을 분열하는 것 외엔 아무 의미 없다"는 글도 보였다.
네이버 누리꾼 'inex****'는 "탄핵을 저지하려는 정밀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메시지입니다. 대선·개헌으로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국회 사정을 이용해 탄핵 전선을 분열시키려고"라고 썼다.
대다수 시민도 의견을 같이했다. 직장인 이승기(31)씨도 "하야를 하겠다는 건지 탄핵을 받겠다는 건지 대통령으로서 최후 결정마저도 떠맡기는 허수아비"라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단체는 박 대통령의 담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