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단장 윤부길씨가 노랫말 써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1960년과 1970년대에 많이 부른 국민애창곡 '처녀 뱃사공'이다.

경남 함안군 대산면 서촌리에 있는 처녀 뱃사공 노래비. 노수윤 기자

윤부길(가수 윤항기, 윤복희의 부친) 작사, 한복남 작곡, 황정자가 부른 4분의 2박자 트로트(Trot) 풍의 대중가요이다. 경쾌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을 준다. 노랫말이 아주 서민적이다.

1959년 처음 소개된 이 노래는 가사처럼 배를 젓는 처녀 사공의 사연을 담고 있다. 노래의 배경이 바로 함안 악양둑방길와 맞붙은 함안군 대산면 서촌리 악양나루터이다.

이곳은 함안천이 남강과 합류하는 곳이다. 1997년 길이 50여 m의 악양교가 놓여 차량과 사람들이 오가기 쉽다. 그러나 노래가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대산면 사람들이 가야읍까지 가서 장을 보고 돌아가려면 다리가 없어 배를 타야 했다. 이때 뱃사공이 처녀였다.

노래가 만들어진 사연은 이렇다. 1953년 유랑극단 단장이었던 윤 씨는 가야장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해가 저무는 저녁 무렵 대산장으로 가기 위해 악양나루터에서 배를 탔다. 가야읍과 대산면엔 오일장이 섰고 그때 전국을 떠돌던 극단이 장에 모여든 주민과 상인들을 상대로 공연을 펼쳤던 것.

윤 단장 일행은 군에 입대한 오빠 대신 10, 20대의 두 처녀가 강바람에 치마를 휘날리며 노를 젓는 모습을 봤고 처녀 뱃사공이 된 사연을 듣게 됐다. 악양나루의 아름다운 모습과 처녀 뱃사공을 잊지 못해 노랫말을 만든 윤 씨가 1959년 한 씨에게 작곡을 의뢰해 탄생했다.

함안군은 국민 애창곡인 '처녀 뱃사공'의 배경이 악양나루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2000년 10월 악양루 인근인 대산면 서촌리에 노래비를 세웠다.

노래비뿐 아니라 남강과 함안천이 만나 흐르는 지점인 이곳에 1857년 지었다는 '악양루'가 있다. 정자의 이름은 중국 명승지인 악양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알려진다.

노수윤 기자syn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