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리상 교육감 본인이 결정
- 교육청 "소명했는데…" 난색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셀프 과태료' 부과 여부 때문이다.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박 교육감에 대해 과태료 부과를 요구하는 안건을 확정했다. 이에 박동식 도의회 의장은 박 교육감이 직접 자신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박동식 도의회 의장은 27일 "교육위가 '2016년도 행정사무감사 불출석 증인에 대한 과태료 부과 요구안에 대한 동의안'을 가결함에 따라 해당 안건을 본회의에 회부하지 않고 박 교육감에게 28일 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헌법이 '교육자치'를 인정하는 만큼 도교육청을 '특별자치단체'로 봐야 한다는 법리적 해석에 따른 것이다. 지방자치법에는 과태료 부과를 해당 '지방의회의장'이 통보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부과하게 돼 있다. 교육감을 자치단체장으로서 권한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박 의장의 이 같은 결정에는 지역 정치적 역학 관계를 고려한 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홍준표 도지사가 과태료를 부과하면 무상급식 등의 문제로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인 박 교육감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논란이 제기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앞서 교육위는 지난 25일 출석위원 7명 가운데 5명 찬성으로 박 교육감에게 100만~300만 원의 과태료 부과를 요구하는 동의안을 원안 가결했다. 한영애 교육위원장은 동의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고 "친인척·측근 비리 확인 등 사유로 박 교육감에게 증인 출석을 요구했지만 석산지구 학교 신설 및 통학 구역 민원과 관련해 양산을 방문한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며 "박 교육감은 사전에 공지한 일정인 데다 교육감이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불출석해 교육위원회 활동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 교육감은 자신에 대한 과태료 부과 여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난처한 처지가 됐다. 현재로써는 박 교육감이 과태료를 부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교육감은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 교육감은 서면 해명자료를 통해 "사전에 공지한 일정이고 교육감이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 교육감은 도의회가 자신에게 요구한 과태료 부과를 자신이 무시하는 데 따른 대도민 여론의 추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도교육청 측은 "교육위에 출석하지 못한 사유를 충분히 설명했는데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며 "교육위에게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뒤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과태료 부과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순백 이종호 기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