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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공작소-낙동강 하구 스토리 여행 <1> 모래톱- 가장 낮고 가장 변두리 '대자연의 선물'

살아 꿈틀대는 모래톱, 그 위 꿈틀대는 민초의 삶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1-20 19:07:15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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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시대별 지도 속 삼각주들
- 몸집 커지거나 작아지는 변화
- 불쑥 새로 생겨나는 것도
- 사두도가 지금의 을숙도 추정

- 도요등·백합등·장자도 등
- 일곱 개의 연안사주엔
- 낙동강 하구 삶 개척하던
- 강인한 지역민의 애환 녹아

'낙동강 하구에서 29년 만에 새로운 모래톱이 발견되면서 일대의 어민들은 물론, 부산시도 반기고 있다. 하루하루 변모해 새로운 섬이 생겨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경이로움은 물론, 어떻게 하다 왜 이곳에 섬이 생겨났는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오랜 세월 형성된 낙동강 하구의 거대한 모래톱은 대자연이 준 선물이다. 사진은 부산 사하구 아미산에서 본 낙동강 하구. 멀리 건너편에 가덕도가 보인다.
2015년 11월 신문에 난 기사다. 새로운 모래톱 등장에 대해 반가움이랄지 놀라움이 한 글자 한 글자 진득하다. 모래톱은 강의 중상류에서 떠내려온 토사가 쌓여 물 위로 드러난 모래 언덕. 모래등, 사주(沙洲)라고도 한다.

모래톱은 살아 꿈틀대는 생명체다. 나날이 커지며, 기사에서 보듯 때로는 새롭게 태어난다. 낙동강 하구 모래톱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커지거나 모래톱끼리 붙어서 커지고 어느 날 불쑥 새로운 모래톱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한국을 대표하는 낙동강은 민족의 젖줄이면서 모래톱을 품은 모성의 강이다.

낙동강 하구 모래톱은 어떻게 커 왔을까. 그리고 어떻게 늘어났을까. 과거와 현재 지도나 지형도를 들여다 보면 어렴풋이나마 윤곽이 그려진다. 당대 기록인 지도나 지형도를 시대별로 비교해 보면 지리의 변천은 물론 생활의 변천까지 읽힌다. 낙동강 하구 모래톱의 꿈틀댐은 낙동강 하구의 꿈틀댐이며 하구에 몸담고 살았던 부산 사람의 꿈틀댐이다.
   
1682년 '동여비고'- 큰 삼각주 다섯 개(점선·지명은 4곳만 표기)가 그려져 있다.
동여비고(東輿備攷), 동여도(東輿圖), 부산부시가도(釜山府市街圖). 17세기 후반과 19세기 중엽, 그리고 20세기 중반인 1936년 낙동강 하구 삼각주가 나타나는 지도들이다. 지도의 성격상 자잘한 모래톱 대신 굵직굵직한 삼각주를 뭉툭뭉툭 그려 넣었지만 지도마다 삼각주 크기와 숫자가 다르다. 그러므로 삼각주 크기와 숫자의 변화는 곧 낙동강 하구 모래톱의 변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동여비고는 1682년경 지도이다. 낙동강 하구에 큼지막한 삼각주 다섯 개를 그려 넣었다. 넷은 지명이 있고 하나는 지명이 없다. 삼각주 표시는 없는 대신 지명만 있는 것도 넷이다. 지명이 있는 삼각주는 사두도(蛇頭島), 대저도, 양요저도, 대덕이다. 사두도는 칠점산을 품었다. 삼각주 표시는 없고 지명만 있는 넷은 덕도, 죽도, 취도, 명지다. 이때만 해도 명지가 작았음이 엿보인다. 강 이름은 낙동강이 아닌 삼지수(三枝水)를 썼다. 세 갈래로 나뉜다는 뜻이다. 지도를 보면 '그렇구나!' 수긍이 간다.

동여도 제작시기는 1800년대 중반이다. 김정호 지도다. 큼지막한 삼각주를 둘 그렸고 훨씬 작은 삼각주를 다섯 그렸다. 동여비고에서 칠점산을 품었던 큼지막한 삼각주 사두도는 자그마한 삼각주로 떨어져 나갔다. 칠점산은 두 대동면, 즉 대상동면과 대하동면에 일곱 점 그림으로 그려 넣었다. 조선시대 동래부 사면(沙面)이 커지면서 사상면, 사하면으로 나누었듯 김해 대동면(大同面)은 대상동면, 대하동면으로 나누었다. 대동면이 곧 대저도다. 명지도도 큼지막하다. '자염최성(煮鹽最盛)'을 써 넣었다. 구운 소금 생산이 조선 최고란 뜻이다.
   
1800년대 중반 '동여도'- 김정호의 지도. 큼지막한 삼각주 두 개와 작은 삼각주 다섯 개(점선)가 표기돼 있다.(왼쪽), 1936년 '부산부시가도'- 일제의 지도. 9개의 삼각주(점선)가 그려져 있다.가장 큰 삼각주가 지금의 대저.
부산부시가도는 1936년 일제강점기 지도다. 진해만요새사령부 검열을 받았다는 문구가 섬뜩하다. 한쪽 모서리에 '부산근교도'를 넣었다. 거기에 낙동강 하구 삼각주가 나온다. 하구 전체에 맞먹는 큼지막한 삼각주가 하나, 중간치가 셋, 손톱만 한 게 다섯이다. 이름은 모두 넣지 않았다. 위치로 봐서 큼지막한 삼각주는 대저이고 오른쪽 중간치가 맥도, 그 아래 손톱만 한 게 을숙도다. 동여도와 부산부시가도를 비교하면 을숙도의 조선시대 이름이 사두도이지 싶다.

맹금머리등, 백합등, 도요등, 대마등, 장자도, 신자도, 진우도. 다대포에서 명지에 걸친 일곱 모래톱이다. 이들 모래톱은 연안사주다. 연안은 강이나 바다, 호수의 물가다. 삼각주와 연안사주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중상류 토사가 퇴적된 하류 모래톱인 것은 비슷하지만 생김새라든지 환경 등등이 다르다. 여기 삼각주는 대체로 삼각형이고 평야를 이루었으며 가야 문명 터전이다. 그에 비해 연안사주는 해안선과 거의 평행이며 좁고 길다. 삼각주가 안정화 단계라면 연안사주는 부단히 꿈틀댄다.

일곱 모래톱은 지형도에 나타난다. 지형도는 말 그대로 산맥, 평야, 바다 등의 지형을 나타낸 지도다. 일제가 조선을 삼키려고 눈이 벌겋던 1904년, 조선을 삼키고 나서인 1916년, 1925년 지형도 등이 대표적이다.

1925년 지형도는 일본 육군 측량부에서 제작한 중축적 지형도다. 1929년 간행된 '부산부를 중심으로 한 명소교통그림지도'도 지형도에 들어간다. 광복 이후에도 지형도는 계속 나왔다. 현재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작하고 간행한다.

일곱 모래톱 역사는 지형도가 알려준다. 이 시기 저 시기 지형도를 비교하면 낙동강 하구 모래톱 등장 시기가 짐작된다. 낙동강하구 에코센터는 지형도에 나타난 모래톱 역사를 일목요연 전시한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낙동강 역사도 전시 중이다. 사진과 지도를 곁들인 낙동강 하류 나루터 소개는 '여기 나루터가 저렇게 많았구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진우도와 대마등. 1904년 지형도에 나타나는 모래톱이다. 지형도가 제작되고 한참 후에 이름을 얻었다. 사람 이름을 아무렇게나 짓지 않듯 땅 이름도 아무렇게나 짓지 않는다. 지형이나 특징, 역사적 사실 따위를 참작해서 짓는다. 진우도와 대마등도 그렇다. 진우도에 있던 보육원 이름이 '진우원'이었고 대마등은 큰 말처럼 생겼다.

진우도는 슬픈 이름이다. 시련의 이름이고 고난의 이름이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해 고아가 된 아이들을 여기 보육원에 수용했다. 졸지에 고아가 된 아이들은 대가족 낙동강 철새를 보며 심신이 서글펐으리라. 1959년 사라호 태풍은 보육 아동들을 더욱 서글프게 했다. 보육원은 사라호 때 피해가 커서 김해 진영으로 옮겼다.

대마등은 무인도다. 길고 약간 구부러진 게 말의 형상을 닮아서 얻은 지명이라고 한다. 명지 주민들은 물때 맞춰 대마등에 들어와 대파농사를 지었다. 명지 대파는 낙동강 모래와 물과 바람, 그리고 부산 사람의 강인한 생활력이 키운 한국 최고의 대파였다. 1966년부터 농사를 금지하고 철새보호구역이 되었다.

장자도는 1916년 지형도에 처음 나타난다. 섬이 커서 붙인 이름이다. 대마등처럼 주민이 들어와 보리농사를 지었다. 사라호 태풍으로 낭패를 보았고 무인도가 되었다. 대마등이 그렇듯 장자도가 그렇듯 낙동강 하구 모래톱은 부산 기질을 상징한다. 낮이고 밤이고 칼날 같은 물살이 넘나드는 모래톱이 위험하다는 건 누구든 알 터. 그런데도 개척했고 옥토로 일구었다. 부산 사람들의 생활력과 정신력이 얼마나 딴딴한지 알려면 낙동강 하구 모래톱을 오래오래 보면 된다.

백합등은 1955년 나타난다. 백합 조개가 많다. 1981년 나타난 나무싯등과 맞닿아 한몸이 되면서 C자 모양으로 바뀌었다. 신자도는 1975년 나타난다. 새로 생긴 섬이라고 신자도다. 그런 뜻이라면 신작도(新作島)가 맞겠지만 경상도 사람에겐 신자도 발음이 편하다. 철새가 엄청나게 몰려와 새등이라고도 한다. 여름철이면 쇠제비갈매기 천국이다. 낙동강 하구 가장 바깥에 있어 태풍으로 떠밀려온 배가 종종 좌초된다.

막내 격인 도요등과 맹금머리등은 어금버금하다. 도요등이 1986년이고 맹금머리등이 1988년이다. 나타난 연도는 그렇지만 만들어지기는 도요등이 가장 늦다. 맹금머리등은 기존 모래톱에서 인위적으로 떼어 낸 모래톱인 까닭이다.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들어서면서 사하구 장림지역 어선 운항에 애로가 생기자 을숙도 남쪽 모래톱을 떼어서 배수로를 확보했다. 을숙도에서 떼어 낸 모래톱이 맹금머리등이다. 솔개, 참수리, 물수리 같은 맹금류가 날아든다고 맹금머리등이고 도요새가 날아든다고 도요등이다.

가장 최근의 모래톱은 처음에 밝혔듯이 2015년 11월 발견되었다. 도요등 이후 29년 만이다. 진우도 아래 길게 뻗어 있다. 물에 잠겼다가 물이 빠지면 드러난다. 이삼 년 전부터 어민에게 '새로운 모래톱'으로 입소문이 났다. 배 운항에 지장을 줘 준설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화재보호구역이라 준설은 불가능했고 그러는 사이 모래등으로 골격을 갖추었다. 물이 빠질 때만 드러나 아직 이름은 짓지 않았지만 오래지 않아 금모래 은모래 보드랍고 반짝이는 이름을 얻지 않을까 기대한다.

낙동강 하구 모래톱은 대자연의 선물이다. 삶의 공간을 확장했으며 바다 으름장에 맞서 기꺼이 방파제가 되었다. 모래 속속들이, 개펄 속속들이 오염을 정화하고 환경을 정화해 새의 먹이를 품었으며 지구 남쪽에서, 지구 북쪽에서 날아든 철새를 품었다. 모래톱이 있는 곳은 강의 하구이고, 강에서 가장 낮고 가장 변두리다. 가장 낮고 가장 변두리에서 부단하게 꿈틀대며 약동하는 모래톱. 낙동강 하구 모래톱은 내가 처한 곳이 가장 낮고 가장 변두리일지라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대자연의 말씀이다. 대자연의 선물이다.


# 강·섬·제방…3多의 강서

- 낙동강 등 대형 하천만 여섯
- 섬 무리도 세 지역으로 나눠

부산 강서구에는 없는 게 없다. 강을 끼고 있으니 갈대가 많고 강을 찾는 새가 많고 강가에 뿌리내린 작물이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세 가지가 많다. 이른바 강서 3다(多). 강과 섬과 제방이다.

강서의 강은 낙동강을 비롯해 부지기수다. 폭이 너른 강만 여섯 개나 되고 군소 하천을 합치면 '어마무시'하다. 낙동강은 한국에서 가장 긴 강이다. 부산을 대표하고 한국을 대표한다. 본류의 길이만 500㎞가 넘는다. 하구 삼각주에서 동낙동강과 서낙동강으로 나뉜다. 조만강, 지사천, 맥도강, 평강천은 서낙동강 지류다. 군라천, 순아천, 해반천, 구산천, 신어천, 알개천, 칠점천, 한내천, 신명천, 범방천 송정천 등도 강서의 물길을 밤낮 반짝이게 한다.

강서의 섬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하중도(河中島), 해중도(海中島), 모래등이다. 하중도는 서낙동강 가운데 있는 섬으로 넷이 있다. 중사도와 치등, 노적봉, 둔치도다. 해중도는 가덕도와 그 둘레 섬이다. 견마도, 입도, 토도, 호도, 대죽도 등 모두 열셋이다.

모래등은 낙동강 하구 모래가 쌓여서 도드라진 섬이다. 소의 잔등처럼 부드러워 모래등이란다. 2015년 11월 새로 발견됐듯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부산은 섬이 귀해 영도, 가덕도, 오륙도 등 몇 군데뿐이라고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강서의 섬에 이르면 부산이 섬의 도시임을 누구라도 수긍한다.

   
강서구는 제방도 많다. 산태방((山汰坊)과 동내방(洞內坊)은 조선시대 제방이다. 산태방은 김해 불암에서 해창(海倉)이 있던 가락 죽림까지 이어진다. 동내방은 홍수에 대비해 강서구 강동동 덕도에 쌓은 둑이다.

삼십 리에 이르는 낙동강 제방, 녹산수문을 지으면서 들어선 윤중제(輪中堤) 역시 이름값을 한다. 녹산 해안둑, 명지와 신호 호안둑도 강서 3다에 들어간다. 신호둑은 강서에 염전이 있던 시절 염전 둑길이었다.

동길산 시인

공동기획: 부산광역시 낙동강 관리본부,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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