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행부,산별노조 전환 추진에
- 온건파 "제명 수모 잊었나" 반발

현대중공업 노조가 금속노조에 재가입하는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16일 울산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의 구조조정 방침에 맞서기 위해 노조 형태를 현재의 기업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별 노조로 전환하게 되면 현재와 같은 독자적인 기업별 노조에서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지부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 절반 이상이 참여하는 찬반투표를 통해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노조는 다음 달 중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희망연대 등 일부 온건 성향의 현장조직들은 집행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신들을 버린 민노총과 금속노조에 다시 스스로 찾아가는 것은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자존심을 내버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민노총은 2004년 9월 만장일치로 현대중공업 노조를 제명했다. 한 현장조직 관계자는 "당시 사내하청근로자 박일수 씨의 죽음과 관련해 열사로 추대하는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였기 때문에 제명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죄 없는 1만8000여 조합원까지 제명한 것"이라며 "우리를 내팽개친 곳을 제 발로 다시 찾아가려는 집행부의 정책에 동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집행부는 "당시 현대중공업 노조는 박 열사 투쟁과 관련해 금속노조에서 제명된 것이 아니라 금속노조의 전신인 금속산업연맹에서 제명된 것"이라며 "회사의 구조조정 음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별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가 15일 발표한 비(非) 조선부문 분사 결정에 반발해 16일 4시간을 시작으로 18일과 23, 25일 전체 조합원 부분파업을 실시한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