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형어선으로 위장·문서위조 등
- 일본정부 비호 아래 수사망 피해

한때 일본 수상 요시다 시게루는 6·25전쟁을 일컬어 '일본에게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평했다. 일본은 전쟁 중에 군수산업을 통한 경제부흥을 일으켜 역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게 됐고 휴전 이후에도 이러한 경제흐름은 이어져 갔다. 다양한 일본산 생필품 등이 바다 건너 한반도로 비밀리에 상륙되면서 대마도는 이러한 상품을 잠입시키는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했다.

1952년 해상밀수 근절을 위해 전시예산으로 일본에서 도입한 80t급 감시선 붕양호. 전후에 10t급 독수리호와 편대를 지어 모선 역할을 담당했다.

특공대밀수의 특징은 무엇보다 뛰어난 기동력에 있었다. 우선 밀수조직 자체가 자금·해상운반·양륙·육상운반·보관·판매책 등으로 분담체제로 돼 있었다. 여기에 폭력배와 권력기관까지 개입돼 있어 난폭하면서도 정보력도 갖추고 있었다. 특히 밀수선은 5~10t급의 소형선박으로서 3~5명이 승선을 하곤 했는데 중고 탱크에서 추출한 고속 엔진을 설치해 30노트 이상을 달렸다. 당시 세관감시선은 10t급 목선으로 겨우 10노트 남짓 달렸는데 3배나 빠른 밀수선을 잡으려면 이 배의 엔진에 이상이 있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세관감시선이 밀수선과 마주친다 하더라도 허다히 놓치기가 일쑤였다.

저녁 무렵이 되면 특공대밀수선은 어둠 속에 기지개를 켜는 생쥐처럼 예의 야행성을 띄기 시작한다. 항구를 빠져나온 이들 밀수선은 공해선상까지 나와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에 분주하다. 일단 탐색전이 끝나면 야밤을 틈타 사선을 넘고 넘어 숨 가쁜 질주를 시작한다. 긴장감 속에 남해안의 목적지로 잠입하면 먼저 인적이 드문 섬이나 바닷가에 밀수품을 은닉하거나 아니면 대기 중인 선박에 옮겨 싣는다. 어쩌다 검거될 위기를 맞게 되면 순식간에 증거물을 없애기 위해 밀수품을 수중에 빠뜨리거나 아니면 소형어선으로 위장하여 조업을 하는 척 하면서 감시망을 피해 달아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명과 선원명은 가명으로 쓰는 것이 예사이고 심지어 일본의 세관·해운국·검역소 등 관공서의 민원서류와 공인(公印) 등을 선내에 비치해 놓고 출입항 관계서류 등을 맘대로 위조해 가면서 수사망을 피해가기도 한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이러한 특공대밀수를 일본 국내법을 근거로 합법성을 주장하며 비호를 하다보니까 이러한 일들이 일본 정부의 묵인 아래 공공연하게 행해질 수 있었다.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던 1955년 탄피와 해초 등을 싣고 이즈하라항에 입항한 밀수출선은 한 해에 90여 척에 불과했다. 그러나 5년 후인 1960년엔 1346척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처음엔 밀수출선으로 나간 선박이 뒤에는 밀수입선으로 탈바꿈을 했던 것인데 그만큼 밀수가 성황을 이뤘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는 이즈하라세관출장소와 대마도신문사에서 나온 자료를 참고로 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밀수선이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밀반입된 일본상품은 화장품·직물·약품류를 비롯하여 자크, 주름치마, 데드론 필름, 카메라, 전자제품 등이었는데 그야말로 생필품에서부터 산업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대마도에는 일본상품을 공급하는 중개무역상도 32개사에 달했다. 당시 국제시장은 이러한 밀수품이 집합되고 거래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장으로서 미군 PX에서 몰래 빠져나온 불법물품과 뒤섞여 거대한 밀수품전시장을 형성했다.

부산세관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