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 한 정당만 뽑아온 삶, 국민께 죄송함미데이"
- 아들 열차표 끊어주며 응원 "나라 바로 잡아야지예"

"공무원한테 속고! 국회의원한테 속고! 대통령한테 속고!"

부사서 온 김경덕 씨가 지난 12일 '서울 민중총궐기 촛불집회'에 참가해 방송인 김제동의 사회 도중 마이크를 잡고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3차 촛불집회'의 스타는 부산 가덕도에서 상경한 '속고 아지매' 김경덕(60) 씨였다. 그는 방송인 김제동의 사회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만민공동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다. 만민공동회는 청년유니온이 주최한 자유발언 형식의 콘서트였다. 김 씨가 소리를 지르며 무대로 접근하자 주최 측은 김제동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오해해 김 씨를 제지했다. 김제동이 "괜찮다. 하실 말씀 하시라"며 무대 위로 초대하자 김 씨는 10여 분간 '분노의 연설'을 시작했다. 가덕도에서 6년간 부녀회장을 했다고 소개한 김 씨는 "정치인들한테 하도 놀아나서 그 곱던 얼굴이 이렇게 삭았다. 정치인들은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아무것도 모른다. 선거 때 똑바로 보시고 거짓말 안 하는 사람을 뽑아 달라"고 당부했다.

"저는 젊었을 때부터 새누리당밖에 모르고 살았습니다. 이제 60년 살아왔는데 세상이 이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한 정당밖에 몰라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가덕도 집으로 돌아온 김경덕 씨가 13일 정권퇴진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수만 명이 박수를 보내자 김 씨는 '속고, 속고, 속고'라고 말을 맺는 특유의 화법으로 호응을 끌어냈다. "공무원한테 속고! 구청장한테 속고! 시장한테 속고! 국회의원한테 속고! 시의원한테 속고! 구의원한테 속고! 대통령한테 속고! 장관한테 속고!" 김 씨가 '○○○에게' 할 때마다 수만 명이 "속고"를 후렴구로 넣으며 호응했다.

13일 오후 부산에 도착한 김 씨는 "마이크를 잡게 될지 꿈에도 몰랐다. 우리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초 한 자루 보태자는 생각으로 서울에 갔다"며 "부산 집회에 참석할까 생각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더 큰소리로 외치고 싶어서 광화문으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덕도에서 아들 내외와 쌍둥이 손주들과 살고 있다. 아들 내외는 서울 집회에 참석하려는 어머니를 위해 KTX 열차표를 구해주며 응원했다. 김 씨는 "12일 집회에서 한마디 못 한 게 있어서 아쉽다"며 "좋은 학교 나왔다고, 박사·의사·대통령 됐다고 좋은 사람은 아니다. 우리 아들처럼 부모 잘 돌보고, 다른 사람 도우며 사는 사람이 진짜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광화문을 달군 '부산 사람'은 '속고 아지매'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2일 부산에서 KTX를 타고 광화문 광장으로 왔다는 40대는 토크콘서트에 올라 "내 인상이 험상궂은 탓인지 광화문광장까지 오는데 경찰로부터 검문만 다섯 차례 받았다. 오늘은 하야하기 참 좋은 날씨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부산대 학생 30명도 전세 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지난 12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출발한 부산대 학생들은 오후 4시 광화문광장에 도착해 민중총궐기 집회에 합류했다. 이들은 밤 9시께 인파가 빠져나간 자리를 다시 메우려고 즉석에서 노래자랑을 벌이기도 했다. 부산대 유영현 총학생회장은 "이처럼 많은 시민이 모이고, 이렇게 평화롭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집회는 처음"이라며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게 돼 놀랍고 기쁘다"고 말했다.

박호걸 김진룡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