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발언 절반 이상이 청소년
- 헌법 1조 외치며 "하야하라"
- "휘둘린 국정…분해서 피켓 제작"
- "돈벌러 간 부모님 대신 나섰죠"

박근혜 대통령 하야 시국집회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실이 되고 있다. 중고생부터 현직 교사들에 이르기까지 '헌법 제1조 1항'을 외치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모양새다.

12일 오후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옆 거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참가한 여고생 등 시민들이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성난 10대'들은 지난 12일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옆에서 열린 집회 때 많이 눈에 띄었다. 거리행렬을 마치고 이어진 뒤풀이 자유발언에 참가한 23명 중 12명이 10대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학생은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인용하더니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최순실 씨에게 넘긴 박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거리행렬 한가운데서 트롬본을 불던 장희지(15) 양은 "누구는 온갖 편법을 써서 대학에 가는데 누구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대통령이 잘 못 하면 나도 피해를 받는다는 걸 깨닫고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박민서(18·동인고 2년) 군은 "학교 말고 길에서도 배울 게 많다"며 "자격도 없는 사람에게 국정이 휘둘렸다. 너무 분해서 피켓을 만들어 나왔다"고 말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형식도 다양했다. 신정고 2학년 '재욱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발언자는 5분간 '무당, 최순실, 곰탕'을 소재로 국정 농단 사태를 비꼬는 스탠딩 개그를 펼쳤다.

드럼을 목에 매고 나타난 목하민 씨는 "제가 말주변은 없고 드럼은 잘 치니 시민 모두가 함께 구호를 외쳐 달라"고 말한 뒤 드럼을 치며 시민들의 구호를 이끌었다.

항도중 2학년 양진욱·우렁찬·하태경 군은 "부모님은 일하시느라 바쁘셔서 우리가 대신 나왔다. 학생들도 화가 났다는 걸 보여주려고 휴일에도 교복을 입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에서 버스를 타고 서면까지 나왔다는 남문고 김모(18) 양은 "요즘은 친구들이랑 시국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50대 중학교 교사는 "박 대통령이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공교육이 위기에 처했다"며 "역사가 거꾸로 가는 일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에서 터져 나오는 성 비하 발언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말한 20대 여성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여성 장애인 등 약자를 향한 혐오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며 "청소년 여성 장애인 소수자 불문하고 모두가 연대하는 집회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박근혜 하야를 위한 부산 청소년 시국선언 추진모임'은 13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는 이날 오후에도 서면 쥬디스태화 옆에서 집회를 열었다.

김봉기 김진룡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