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원·금액 모두 배 이상 증가
- 구조조정 본격화땐 더 늘어날 듯
경남 거제의 한 대형 조선소 협력업체인 A사의 근로자 44명은 지난해부터 밀린 임금과 퇴직금만 3억8000만 원에 달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회사에 누차 임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회사 대표 B(45) 씨는 시간만 끌다가 최근 회사를 폐업했다. B 씨는 특히 일한 사실이 없는 근로자 30명의 임금을 체불한 것처럼 작업 일보, 임금대장 및 출근부 등을 조작해 국가기금인 체당금 1억8000여만 원을 타내려다 적발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부산고용노동청 통영지청에 구속됐다.
최악의 조선업 불황으로 중대형 조선소가 밀집해 있는 경남 거제와 통영시, 고성군에서 일을 하고도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고 신고한 근로자들이 올 들어 1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체불을 신고한 근로자들은 주로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의 사내외 협력업체에서 일하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임금을 미처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6일 부산고용노동청 통영지청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거제와 통영, 고성지역에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고 신고한 근로자는 모두 9028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97명의 배가 넘는 규모다. 임금이 체불되고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신고를 못한 경우를 포함하면 전체 대상 근로자는 1만 명이 족히 될 것으로 노동계는 예상했다. 이 기간 체불임금액은 무려 400억 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165억 원의 2.4배나 됐다. 이는 지난 한 해 219억 원의 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들 체불임금 신고 근로자 대부분은 조선업 관련 회사의 직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조선업 불황 여파로 문 닫은 음식점 등 서비스업종 종사 근로자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처럼 체불임금 신고가 늘어나면서 체당금 규모와 체당금을 받는 근로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지급된 체당금은 모두 16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7억 원의 2.4배다. 체당금을 받은 근로자 역시 345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37명에 비해 2.2배에 이른다. 체당금은 근로자들이 사업장 파산 등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경우 정부가 먼저 체불임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해당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해 변제받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조선소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임금체불에 시달리는 것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원청업체의 수주 실적이 초라하기 때문이다. 양 조선소는 현재 수주 목표치 20% 정도의 실적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지청 관계자는 "올해 대우조선과 삼성중의 수주 실적이 형편없기 때문에 이들 원청업체의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체불임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완용 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