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 수리비용 떠넘기기도
- 거부하면 불이익·퇴사 강요
- 경찰, 노동부에 조사 의뢰

경찰이 지난달 13일 승객 10명이 숨지는 사고를 낸 울산 태화관광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버스기사들에 대한 도 넘은 갑질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사고를 수사 중인 울산 울주경찰서는 최근 버스기사 이모(48)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태화관광 전·현직 기사들을 상대로 차량 관리나 안전교육 소홀 등에 대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태화관광 측의 갑질에 대한 진술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이 회사는 운전기사들이 연착(지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할 때마다 3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연착으로 인한 배차 차질로 발생하는 손실을 기사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이 때문에 운전기사들은 운행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과속과 끼어들기를 일삼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10명이 숨진 이번 사고도 과속 운행 중 무리한 끼어들기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또 태화관광은 휴일에 관광버스를 운행한 운전기사가 승객으로부터 봉사료(팁)를 받으면 회사가 지급해야 할 휴일근무수당을 아예 주지 않기도 했다. 수당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미 승객에게서 받았으므로 별도로 수당을 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운전기사가 사고를 내면 차량 수리비용을 모두 기사에게 부담시킨 사례도 확인됐다. 보험으로 사고를 처리하면 회사 보험 수가가 인상된다는 이유로 운전기사에게 비용을 떠넘겼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버스 운행에서 제외하는 등 불이익을 주거나 아예 퇴사를 강권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일용직 운수종사자를 고용하면서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빠듯한 배차간격으로 과중한 업무를 맡긴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승용차와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많은 수리비를 기사에게 떠넘기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갑질 횡포가 드러났다"면서 "면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처벌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고용노동부에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