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방 약값 15%에 현금 3억 수수
- 차량 리스료 대납·향응 요구도
- 단속 피해 가족계좌에 분산관리

일부 병원 의사에 이어 공무원인 부산의 보건소 의사들도 약값 리베이트 파문에 휩싸였다. 자신이 처방한 의약품 가격의 15%를 리베이트로 받은 것은 물론 각종 향응과 접대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전문수사팀은 특정 의약품 처방 대가로 3억 원가량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부산의 한 보건소 전·현직 의사 4명과 개인병원장 2명을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중 보건소 현직 의사 A 씨는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007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곳의 제약회사 영업사원과 도매상 2곳으로부터 납품받은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현금 3억 원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적발된 의사들은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PHIS)에서 제약사별 처방 내용을 월별로 조회해 각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일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보다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을 통해 전송했다. 이를 확인한 제약사나 도매상은 정해진 리베이트율(약값의 15%가량)에 따라 속칭 '카드깡'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의사들은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현금 외에도 고급 외제차 차량 리스료 대납, 국내외 골프 및 룸살롱 접대, 백화점 상품권 등을 요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A 씨 등은 사법기관의 단속을 피하고자 영업사원과 도매상에게 받은 현금과 상품권 등을 가족 명의 통장에 분산 관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경찰청 김상동 광역수사대장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직접적인 리베이트 수수 관행은 줄었지만, 아직 일부 제약회사는 카드깡을 통해 현금을 만들어 의사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공무원 신분인 보건소 의사 다수가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정황이 있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9월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의료 전문 수사팀'을 신설했다. 의료 수사팀은 사회적 파문이 큰 의료사고와 함께 불법 의료행위, 병원과 제약회사 간 리베이트, 보험 사기 등 의료 관련 사건을 전문적으로 수사한다.

앞서 부산지검도 의약품 업체나 도매상으로부터 500만~3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고 교회 헌금 대납 요구, 변비약 심부름 등의 '갑질'을 한 부산지역 대형병원 의사 11명을 무더기 기소(본지 지난 7일 자 13면 보도)하는 등 의약계 리베이트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