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대숲 등 크게 훼손…개체 급감
- 교량 붕괴로 탐방객 교육도 차질
- 시 "이달 수중보 닫아 물 채울 것"

지난 5일 전국을 강타한 태풍 '차바'가 경남 김해 화포천 습지에도 씻을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기면서 이곳을 터전으로 삼아온 월동 철새의 서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경남 김해 화포천에 습지를 가르는 덱이 부서진 채 방치돼 있다.

24일 오전 김해시 한림면 퇴래리 생태학습관 앞 습지에는 물이 흐르지 않았다. 철새 울음소리 대신 플라스틱병 등 각종 쓰레기만 널려 있었다. 학습관에서 하천 아래쪽으로 30여 m를 내려갔지만 역시 철새를 찾기 어려웠다. 주변 마을 주민들은 "평소 같으면 600~700여 마리가 도착해야 하지만 40% 정도 감소한 300여 마리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서식하는 연중 월동 철새는 5000~6000마리에 달하는데 올해는 20~30%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월동 초기지만 철새 개체 수가 이같이 급감한 것은 태풍의 영향 때문이다. 우선, 인근 농경지 침수로 습지의 하천수가 빠져나가면서 철새 서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해시는 현재 화포천 습지생태학습관 하류 3㎞ 지점에 있는 수중보(높이 4m, 길이 30m)의 문을 완전히 개방한 채 낙동강 쪽으로 물을 빼내고 있다. 저지대에 있는 습지 유지수를 먼저 빼내 수위를 낮춘 뒤 고지대에 있는 농경지에서 물을 빼는 순서다. 수확철을 맞아 대형 농기계 진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화포천 주변에는 봉하뜰과 퇴래뜰 등 농경지가 165만 ㎡(50만 평)에 달한다. 그동안 우수기에만 수문을 개방했는데 이처럼 겨울철 초입에 개방하기는 처음이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일정 수위가 유지돼야 철새는 먹이사냥을 하거나 수면을 취할 수 있다. 환경이 악화됐다고 판단하면 철새들이 월동지를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화포천도 옛 자태를 잃었다. 철새 보금자리 역할을 해온 아름드리 버드나무 다수가 강풍에 쓰러졌고 갈대숲도 훼손됐다. 또한 습지생태관 앞 습지를 가로지르는 교량(덱·폭 2.5m, 길이 80m) 두 곳 가운데 한 곳이 거센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면서 탐방객 교육프로그램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교량은 전체 80m 가운데 40여 m가 유실돼 출입 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이 교량은 습지 아래에 파일을 깊이 박지 않아 부실공사 시비를 부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달 말 수중보를 닫을 예정이고 며칠 내 물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며 "훼손된 시설물은 신속하게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박동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