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내내 예비사위 자랑하며
- 결혼식날 뒤풀이 하자했는데…

- 아내에 형님·형수까지 잃은 동생
- 홀로 남은 충격에서 못벗어나

- 모임 막내로 궂은일 도맡던
- 재직자 총무 부부도 변고

지난 13일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 부근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사고로 10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가운데 이 사고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추가로 알려졌다.

16일 울산국화원에 차려진 관광버스 화재 사고 합동분향소에서 유족이 서로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당시 관광버스에는 한화케미칼 1979년 입사 동기들과 가족, 지인이 타고 있었다. 37년 전 입사한 동기들은 4∼7년 전 차례로 퇴직했으나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해마다 여행을 함께 떠나는 등 두터운 친분을 이어왔다. 이들의 모임은 '육동회'로 '6월에 입사한 동기'라는 뜻이다.

이들 중 김모(63) 씨와 아내 이모(59) 씨는 16일 딸의 결혼식을 앞둔 상태였다. 기대가 컸던 이들 부부는 여행 기간 내내 다른 회원들에게 딸과 사위 자랑을 했다. "결혼식 날 이번 여행 뒤풀이를 하자"고 했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번 사고로 아내 이 씨가 숨졌다. 딸 결혼을 불과 사흘 앞두고 어머니가 변고를 당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예정된 날 결혼식이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도 있었다.

16일 유족 유류품에서 '육동회' 회원이 중국 장자제(張家界)에 올라 찍었던 단체사진이 나왔다. 고인과 부상자, 생존자 등이 화이팅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고민 끝에 김 씨와 사돈 측은 자녀들을 격려하고 축복하기 위해 예정대로 결혼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큰 슬픔을 겪는 점을 고려해 외부 하객 없이 양가 가족과 친지들만 초대해 조촐하게 식을 올렸다.

김 씨 부부의 지극한 딸 사랑을 아는 사람들은 16일 결혼식에 참석해 섣불리 축하도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했다. 저마다 애절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신부의 손을 잡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이었다.

진모(61) 씨는 아내, 형 부부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세 사람을 모두 잃었다. 한화케미칼 출신인 진 씨는 형(72)과는 나이 차가 있는 편이지만, 평소 우애가 돈독했다. 형도 그런 동생이 좋고 믿음직스러워 선뜻 이번 여행에 동참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끔찍한 이번 사고가 진 씨 집안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진 씨와 형의 가족들은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입사 동기 가운데 유일하게 회사에 재직 중인 김모(58) 씨 부부도 함께 숨졌다. 나이가 가장 어린 김 씨는 모임에서 잡무가 많은 총무 역할을 맡았고 모임의 대소사나 여행 등을 앞장서서 챙겼다. 이번 여행에서도 궂은일을 도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마무리를 코앞에 두고 뜻밖의 재앙에 희생됐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