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파·만조 겹쳐 피해 가중
- '해일 방파제' 설치 시급
- 전국서 5명 사망·3명 실종
5일 남해안에 상륙한 제18호 태풍 '차바'(CHABA)로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가 물바다가 됐다. 태풍의 위력이 가장 셌던 이날 오전 11시께 바닷물이 육지로 밀려드는 만조 때와 겹쳐 이 일대 도로 전체가 침수되면서 재난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이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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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어 밀려와 이 일대가 물바다로 변하고 있다. 독자 제공 |
최근 경주 지진 여파로 초고층 아파트가 휘청거렸던 악몽이 가시지도 않은 상태서 닥친 태풍의 습격에 주민들은 "재난 노이로제(신경증)에 걸릴 것 같다"는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태풍 때마다 되풀이되는 침수 사태에 계획했던 방파제 증축 공사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오전 마린시티 영화의거리 앞. 수영만에서 밀려든 바닷물이 1.2m 높이의 해안 방파제를 때리고 성인 키의 배가 넘는 높이로 튀어 오른 뒤 도롯가에 쏟아졌다. 해안에 인접한 상가 1층 유리창이 깨졌고 바닷물이 가게 내부로 흘러들었다. 월파 충격으로 보도블록 곳곳이 파손됐다.
이런 마린시티의 태풍 피해는 더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2003년 9월 '매미'와 2010년 8월의 '덴무', 2012년 7월의 '볼라벤'과 '산바' 등 태풍이 상륙할 때마다 월파 현상 등으로 극심한 피해를 봤다. 이 일대 주거·상업시설의 피해가 지금까지 100억 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이곳 해상에 해일을 막는 방파제 설치를 추진 중이지만 지지부진하다. 해운대구는 방파제 설치에 앞서 2000만 원을 들여 지난 3월 발주한 '수영만 해일 위험지구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7월 1일까지 끝내고 다음 절차를 진행하려 했으나, 지난 6월 중단됐다.
국보 확보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시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국비와 시비 등 655억 원을 들여 방파제 등 방재시설 설치를 위한 기본·실시설계 용역비 9억 원을 반영해 달라고 정부에 신청했으나 반영되지 못했다. 시와 구가 구상하는 방재시설은 길이 650m의 방파제와 690m의 친수 호안이다. 마린시티입주민대표연합 김애경 회장은 "10년 넘게 큰비가 내릴 때마다 이런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며 "단순히 방파제 높이를 올리는 데 그치지 말고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속에 파도 세기를 약화시키는 해안 방파제 건설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 11시 부산 영도구 고신대 기숙사 신축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무너지면서 근로자 한 명이 깔려 숨지는 등 전국적으로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 오전 10시52분 신경주역~울산역 구간의 전기가 끊기면서 KTX 상·하행선 운행이 3시간30분가량 중단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또 울산 울주군 언양읍 현대아파트 등에서 1000대 가까운 차량 침수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부산지역 최대풍속은 강서구 기준 초속 39.2m를 기록했고, 강수량은 금정구에서 181.5㎜로 가장 많이 내렸다. 김화영 기자 hongd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