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해~마산~함안까지 이어진
- 4개 구간 체험형 종교테마길

- 신사참배 거부 독립운동 펼친
- 주 목사 생애 담긴 기념관 지나
- 웅천읍성 따라 '묵상하길' 걷고
- 한때 목회활동했던 문창교회 등
- 제대로 보려면 1박2일가량 소요

옛 창원과 마산, 진해시가 통합된 경남 창원시에는 역사 속 순교와 전도의 현장이던 성지가 많다. 이 중에서도 독립운동가 주기철 목사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체험형 종교테마길(62.5㎞)인 주기철 목사 '성지 순례길'은 역사와 문화, 힐링을 주제로 구성돼 찾는 이가 점차 늘고 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천동 웅천읍성. 이 읍성 문루에 서면 성지 순례길과 주기철 목사 기념관(왼쪽 붉은 벽돌 건물)이 내려다보인다. 노수윤 기자

이 길은 창원시 진해구 웅천동 지역을 돌며 주기철 목사를 되돌아보는 '묵상하길', 이곳에서 '경남선교 120주년 기념관'까지 33㎞ 구간을 차량으로 돌아보는 '헌신하길', 경남선교 120주년 기념관에서 마산문창교회에 이르는 14.3㎞ 구간의 '기억하길', 마산문창교회~손양원 목사 기념관 19.5㎞ 구간의 '사랑하길' 등 4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주 목사의 유년기 삶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제에 항거해 숨지기까지 그의 애국과 순교 정신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서두르면 하루 만에 돌아볼 수 있으나 제대로 보려면 1박 2일 정도 소요되는 긴 코스이다.

■ 항일과 순례로 이어진 길

묵상하길은 진해구 웅천동 주기철 목사 기념관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3월 24일 문을 연 기념관에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항일운동을 펼치다가 순교한 주 목사의 신앙 정신, 애국애족, 독립정신이 고스란히 배 있다. 1층 제1전시실 중앙에는 주 목사의 흉상이, 양옆 벽면에는 어린 시절, 민족혼을 일깨운 학창시절, 민족계몽운동, 항일독립운동 등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2층 제2전시실에는 생전에 설교하는 모습을 재현한 모형이 있고 뒤편에는 '일사각오(一死覺悟)'라는 글이 적혀 있다. 맞은편 기획전시실에는 마산동부교회 신명곤 장로가 기증한 110여 개의 십자가가 전시돼 있다.

기념관을 나와 왕복 2차로의 도로만 건너면 남북 방향으로 긴 직사각형의 평지 성인 웅천읍성(경남도 기념물 제15호)을 만나게 된다. 현재 500여 ｍ가 남아 있고 읍성 중앙에는 문루가 복원됐다. 문루에 오르면 성지 순례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이 6∼7m, 너비 5∼6m로 성지 순례길을 따라 길게 쌓은 성벽 위를 걸으며 웅천동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문루에서 만난 주민 박동문(77) 씨는 "주 목사 기념관과 성지 순례길이 차츰 전국에 알려지면서 매주 버스 5, 6대가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웅천동이 창원군 웅천읍에서 진해시 웅천동, 창원시 진해구 웅천동으로 바뀌는 새 허름한 단층이던 집이 2층으로 바뀌는 등 주택 개량은 됐으나 지역과 6500여 명의 주민의 삶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그래도 매주 성지 순례길을 찾는 사람들이 있고 주말에는 북적대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벽을 따라 300m 정도 걷다 보면 주 목사가 다녔던 웅천초등학교(옛 개통학교)가 나온다. 웅천초등은 1906년 개교했다. 110년 동안 9000여 명을 배출했지만, 지금은 전교생이라고 해봤자 90여 명 될 만큼 학생 수가 줄었다.

학교에서 100여 m 거리에 주 목사가 처음 다녔던 옛 웅천교회(현 실로암교회) 건물이 변함없는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원래의 웅천교회는 2㎞ 떨어진 곳으로 신축, 이전됐다. 성지 순례길 중 주 목사 기념관과 웅천읍성, 웅천초등, 웅천교회로 이어지는 '묵상하길'은 1시간30분 정도 걸으면 모두 둘러볼 수 있다.

■ 마산만, 푸른 바다를 건너

주기철 목사의 모교인 웅천초등학교. 1906년 개교했다.

묵상하길과 연결된 '헌신하길'은 진해구 웅천동에서 마산합포구 진동면에 이르는 33㎞ 구간.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웅천동에서 출발해 벚나무가 줄지어 있는 진해구 경화역 구간을 지난다. 해마다 4월이면 도로변이 벚꽃으로 뒤덮이는 곳이다. 경화역을 지나 장복터널, 양곡IC를 통과하면 마산만을 가로지른 웅장한 모습의 마창대교를 만난다.

내만에는 돝섬과 마산해양신도시 예정지, 마산 해안 시가지가 펼쳐져 있고, 외만에는 끝없이 푸른 바다가 이어져 절경이다. 이곳에서 20여 분 더 달리면 경남선교 120주년 기념관이 나온다. 마산합포구 진동면 창원공원묘원 안에 연면적 200여 ㎡ 규모로 지어진 이곳에는 호주 선교사 등의 유품과 우리나라 최초의 한영사전, 호주 선교사들이 한글을 배웠던 노트, 가난하게 살던 마산 지역 여성(미망인과 고아)을 돕기 위해 만든 수예품 등 1000점이 전시돼 있다. 호주 선교사들의 발자취와 경남 기독교의 현주소, 선교 경남의 모습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성지 순례길이 시작되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천동 주기철 목사 기념관.

'기억하길'은 진동면에서 마산문창교회에 이르는 14.3㎞ 구간이다. 진동면에서 동전터널을 거쳐 월영동 산복도로를 타고 노산동까지 내달리면 마산지역에 처음으로 생겼다고 해서 '경남지방 어머니 교회'라는 별칭을 지닌 마산문창교회를 만나게 된다. 주 목사가 평양 산정현 교회로 떠날 때까지 목회 활동을 하던 곳이다.

마산문창교회를 나선 뒤 마산회원구 내서읍을 거쳐 국도 5호선을 이용해 함안군 칠원읍까지 19.5㎞ 구간을 내달리면 지난해 10월 문을 연 손양원 목사 순교 기념관과 생가가 나온다. 이 길이 '사랑하길'이다. 손 목사는 '한센인의 친구'로 불리며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맞서다가 옥고를 치렀다. 손 목사는 한센인을 돌보다가 6·25전쟁 때 전남 여수에서 북한군의 흉탄에 쓰러졌다. 기념관 옆에는 생가가 복원돼 있다.


# 대한독립위해 기도 올린 무학산 정상의 십자바위

- 등산객 등 찾아 소원빌고 기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동과 마산회원구 내서읍 경계에 자리 잡은 무학산 정상에 '십자바위(사진)'가 있다. 편편하면서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바위가 십자가 모양으로 갈라져 있어 십자바위라고 불린다.

어릴 때부터 산을 찾는 일이 많았던 항일독립운동가 주기철 목사가 1931년 마산문창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할 때 자주 찾은 곳이 무학산이었고 그때 기도를 올리던 장소가 십자바위라고 알려지면서 신도는 물론 등산객,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쉼 없이 찾고 있다.

무학로에서 십자바위까지는 1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무학로에서 서원곡유원지를 따라 오르다가 임마누엘 기도원 방향으로 꺾어 가다 보면 곳곳의 벽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코난'과 '은하철도 999' 등 추억의 만화도 보이고 숲 속 마을과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도 있다.

백운사를 거쳐 고운대를 지나면 학봉 표지석이 나온다. 아직 초가을이어서 주위 나무들은 녹색을 유지하고 있는데, 일부는 색이 바래기 시작했다. 정상으로 가는 나무계단을 오르려면 땀을 좀 내야 한다. 마산의 진산으로 '학이 날개를 펼치고 남해를 향해 날아갈 듯한 모습의 산'으로 알려진 무학산. 해발 767ｍ로 그다지 높지 않으나 무학산 정상에 오르면 마산 도심과 마산만, 십자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십자바위는 낭떠러지에 있는 데다 비스듬히 기울어져 여러 명이 한꺼번에 올라갈 경우 자칫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예전 주기철 목사가 그랬듯 대부분 소원을 빌거나 기도를 올린다.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