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원 힘써달라" "검사 당겨달라"
- 국립병원에 청탁도 처벌 대상

대법원이 앞으로 전국 법관들에게 변호사와는 무조건 '더치페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법관과 변호사는 재판과 상관없이 언제든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상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은 27일 내부 지침서 '청탁금지법 Q&A'를 공개하고 전국 법관들에게 담당 재판에 선임된 변호사뿐 아니라 선임되지 않은 변호사와도 식사비를 각자 부담하라고 권고했다.

대법원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아무 관련성이 없는 변호사라도 앞으로 법정에서 만날 수 있는 만큼 이 법의 시행령에 위배되는 3만 원이 넘는 음식물이나 5만 원이 넘는 선물 등을 받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미 끝난 재판을 맡았던 변호사라 해도 소송 결과에 따라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해당 변호사가 제공하는 식사나 선물 등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 규제 대상이라고 대법원은 봤다.

다만 대법원은 연인 관계는 예외 대상이라면서 "연애 과정에서 다소 고가의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도 이날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검찰 조치'를 공개했다. 가령 A 검사가 친구의 요청에 따라 B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 "법대로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부탁한 경우 일단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실질적으로는 "법령을 위반해서라도" 또는 "법령에 따라 부여받은 권한을 벗어나서라도" 처리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의료계도 비상이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청탁이 전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수술, 외래진료, 검사 등의 일정을 조정해주거나 입원실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이 관행이었지만 모두 금지 대상이다.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에게 수술, 진료 등에 대한 감사 인사로 선물을 건네는 일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법조계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사례 한 번은 법관이, 한 번은 변호사가 식사 값을 지불했을 경우 불법 판결 선고 전 합의내용 귀띔 부탁 불법 법정형에 벌금 없어도 벌금형 선고 부탁 불법 딸 결혼식까지 검거 연기 부탁 불법 변호인이 피의자 사정 설명하면서 기소유예 검토 요청 합법 벌금 미납자가 검찰청에서 수사관에게 분납 허용해달라고 부탁 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