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위에 오해 살까 선물 반품하고
- 퇴근 후 약속 취소 집에서 식사
- 관련기관끼리 더치페이 확산
- 해외견학 행사는 미리 취소
- 예술계 초대·할인권도 불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이 28일부터 시행되면서 공직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영란법 위반 첫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외부 약속을 잡지 않거나 비용을 분담해서 내는 더치페이를 하는 등 '몸 사리기' 분위기가 만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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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조정식 국토위원장(사진 오른쪽부터)과 강호인 국토부 장관, 이충재 행복청장, 이병국 새만금청장이 점심 식사를 끝내고 각자 계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식사 약속 피하고 더치페이 늘고
부산의 A 구청장은 비서실에 "당분간 식사 자리를 잡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다. 해당 지역구의 비싼 물가를 고려하면 번듯한 식당에서 식사했다간 괜히 김영란법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약속을 잡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B 구청장은 지난 추석 때 유관기관과 단체에서 보내준 선물을 모두 돌려보냈다. B구 관계자는 "가격과 크기에 상관없이 무조건 돌려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초의회 역시 김영란법을 피할 수 없는 탓에 외부와 약속 잡는 것을 꺼리기는 마찬가지. C구의 한 기초의원은 "구청 직원과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종종 만나 식사를 했는데 돈을 각자 낼 수 없어 약속을 잡지 않고 사무실에서 만나는 것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지역의 한 공기업의 D 부산본부장은 최근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혼자 식사한다. 가족이 모두 서울에 있는 그는 부산에 발령 난 뒤 외부 인사들과 종종 만나 술자리를 가졌지만, 김영란법 시행 전후로 '칼퇴근'과 동시에 집에서 붙박이 신세가 됐다. D 본부장은 "아직 회사에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한 달간 약속을 잡지 않았다. 주변에선 골프도 많이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식사 비용을 공평하게 나누는 '더치페이'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에코델타시티 공사를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는 부산시, 부산도시공사 등과 자주 회의를 하는데 그동안 기관마다 돌아가며 밥을 샀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기관마다 밥값을 내는 더치페이를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부산 E구청 공무원은 "외부 인사와 식사할 자리가 있으면 더치페이하자고 얘기한다. 서로 부담을 주지 않고 법망도 피할 수 있어 동료끼리도 더치페이를 당당히 얘기한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의 한 대형식당 주인은 "최근 여러 명이 와서 각각 더치페이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김영란법 영향인가 싶다. 아예 계산대를 늘릴까 고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논란의 싹은 자르자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는 이달 25~27일 예정했던 중국 베이징신공항 팸투어를 취소했다. 김해공항 확장과 관련해 언론, 유관기관, 산업계 관계자와 함께 견학 차원에서 준비했지만 김영란법을 의식해 행사를 취소한 것이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팸투어 초청 대상마다 김영란법 탓에 난색을 표명해 행사를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중구는 매년 자갈치축제 개막식을 끝내고 자갈치축제조직위원회와 뒤풀이 겸 식사를 했지만 올해는 이를 하지 않기로 했다. 개막식인 29일이 김영란법에 저촉된다는 주변의 의견을 수렴해서다.
공연계는 초대 티켓 등이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일부 공연장은 초대권을 아예 보내지 않는 방법까지 생각하며 내부 지침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부산의 한 공연장 관계자는 "초대권뿐 아니라 단체관람 시 적용하는 티켓 할인도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주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모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공연계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사회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