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공직사회가 '복지안동(伏地眼動)'에 빠져 집단적인 무기력증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직사회의 고질병인 복지부동(伏地不動)처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책상에 머리를 붙이고 눈치만 살피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부산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26일 "적지 않은 공무원이 법 저촉을 내세워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며 "법 시행 초기에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뜻일 수도 있지만 자칫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는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는 현재 기장군 해수담수화 급수와 낙동강 하굿둑 개방, 부전천 복원, 김해신공항 확장에 따른 소음 문제,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공원화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관련된 주민, 민원인,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인 갈등조정 방안을 세워야 할 공무원들이 김영란법을 핑계로 소극적인 행정으로 일관하면 그 피해는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국비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공무원과의 접촉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정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부처 역시 김영란법을 내세워 예산과 사업 설명을 하러 오는 지자체 공무원을 만나려 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어 가뜩이나 국비 확보가 어려운 지방의 발전이 정체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앙정부도 한진해운 사태에 이어 잇따른 지진에 따른 방재 및 원전안전 대책 등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교육계에서도 법이 허용하는 선물이나 접대 범위 등이 모호한 만큼 극도로 몸조심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학생 교육을 위해 필수적인 교사와 학부모 간의 소통이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부모가 카카오톡 기프티콘으로 커피 한 잔을 보내는 것도 안 된다고 하니 괜한 오해를 피하려고 학부모들에게 아예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교사도 많다"며 "일부 교사가 법을 핑계로 업무에 소극적일 수도 있지만 이를 딱히 지적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길 정홍주 정옥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