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업 침체 탓 산단조성 부정적
- 좌초 위기감에 참여업체들 불안

국내 유일의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이자 경남의 산업사를 바꿀 것으로 평가된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을 조성하는 사업이 중단될 위기다. 사업시행자인 특수목적법인(SPC)이 지난 4월 국토교통부에 국가산단 계획 승인신청서를 제출했지만, 6개월째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최종 인허가 승인 절차를 위해 이를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 국내 조선 3사가 8조 원대의 적자를 내는 등 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진 게 해양플랜트에서 비롯된 만큼 해양플랜트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보고, 국가산단 승인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토부는 승인 신청이 반려 대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승인이 미뤄지면서 '경남미래 50년' 핵심 먹거리로 꼽히는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조성 사업이 좌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가산단 조성을 위해 SPC와 산단에 입주할 실수요기업, 건설사인 SK건설 컨소시엄 등 산단 승인을 위한 모든 요건을 갖췄음에도 정작 국토부의 승인 지연에 발목이 잡혔다.

이 때문에 산단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실수요 기업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은 조선·해양 기자재 생산기지 확보가 목적으로, 현재 30개 기업이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정부 주도가 아닌 지자체와 실수요자, 금융, 건설사가 손잡고 산단을 조성하는 만큼 실수요 기업들이 총사업비 1조8000억 원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 사업장은 모두 조선 위주로 만든 독이 많아 해양플랜트 작업장으로 적합하지 않으며, 공정이 혼재된 탓에 작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집적화된 산업단지 기반을 갖춰야 하는데,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국가산단이 조성되면 지금까지 구성품(단품)을 만들던 방식에서 모듈(해양플랜트 단위 생산품·FPSO의 경우 20여 개의 모듈로 구성) 작업이 가능해져 경쟁력 높은 생산 거점을 구축하게 된다.

경상대 이순섭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해양플랜트 건조 최강국이지만, 관련 기자재 국산화율이 낮다. 관련 기업의 집적화를 통해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 해양플랜트 산단 조성 시기를 놓치면 기존 경쟁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