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보 부족으로 '개점휴업' 상태
- 시, 크루즈관광객 등 수요 논의

지난 5월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택시 100대가 모여 '부산 관광택시 발대식'(본지 지난 5월 23일 자 7면 보도)을 열었다. 관광택시는 택시 업계의 만성 불황을 돌파할 수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관광 성수기인 봄과 여름 동안 하루평균 한 대도 운영되지 못하는 등 현재까지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시는 발대식 이후 지난달까지의 관광택시 운영 실적이 모두 80건이었다고 20일 밝혔다. 이 시기 가장 이용이 많았던 지난달의 운영 실적은 28건으로 관광택시 100대 가운데 한 달에 한 대도 제대로 달리지 못한 셈이다.

사업 담당 부서인 시 대중교통과는 예산 부족을 관광택시 운영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관광택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시범운영됐으나, 사업 예산이 편성되지 못한 채 지난 5월 발족했다. 그 이후 추경을 통해 홍보·교육비 명목으로 3000만 원이 배정됐지만 다른 부처의 사업비를 끌어와야 할 만큼 빠듯했다. 시 홍기호 교통국장은 "동영상을 만들어 KTX 열차 내에서 상영하는 등 서울을 비롯한 타지 홍보에 공을 들였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초기부터 관광 관련 부서가 아닌 교통부서가 사업을 맡은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만큼 시는 지난 8일 관광정책관 주재로 부서를 아우르는 실무자 회의를 열었다. 각 부서는 하드웨어까지는 갖춰진 관광택시를 두고 각 부서 간 협업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시 모삼선 택시행정팀장은 "크루즈나 의료관광객의 이동수단 수요 일부를 관광택시로 돌리는 등 방안이 논의됐다. 서울 광화문 대형 전광판을 통해 관광택시를 알리고, 현재의 홈페이지를 고쳐 이용객이 후기를 남기고 입소문을 일으킬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 팀장은 또 "사업과 관련해 내년 예산 약 7000만 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무난히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산의 대중교통 여건과 카 쉐어링 보편화 등 산업 지형 속에 사업 활성화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크루즈는 셔틀버스와 맞물려 운영돼 관광택시가 침투하기 쉽지 않다. 동서대 강해상(관광학부) 교수는 "사업 발상은 좋지만 부산은 굳이 택시를 타지 않아도 될 만큼 대중교통이 발달했다. 일반 렌터카뿐 아니라 쏘카 등 젊은 세대가 손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도 많아 관광택시를 활성화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부산 관광택시 운영실적 월 운행 건수 이용자 수 5월 4건 12명 6월 21건 52명 7월 27건 90명 8월 28건 79명  5~8월 80건 233명 ※자료 : 부산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