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모 7 이상 발생 경고에도
- 지진위험지도 제작 등 외면
정부가 2012년 수십억 원을 들인 지질조사에서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이라는 결론을 확인하고도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학자들이 최대 규모 7~8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정부는 추가 조사를 중단했다가 지난 4월 일본 지진의 여파가 한반도에 미치고 나서야 뒤늦게 단층 연구를 재개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은 2009년부터 3년간 국민안전처(당시 소방방재청)로부터 20억 원을 지원받아 양산·울산 단층을 중심으로 '활성단층 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 R&D(연구개발)를 진행했다고 20일 밝혔다.
당시 연구책임자였던 지질연 최성자 박사는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지질 자료를 분석해 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측정값을 선으로 연결해 활성단층 지도를 제작했다"며 "지질조사 결과 활성단층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공청회를 열었지만, 사회적 파문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과제 수행 기간이 너무 짧아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추가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3년여에 걸친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이후 지질 전문가를 중심으로 정밀조사를 위한 제안보고서가 지난해 제출됐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못하면서 국내 지진 위험지도 제작은 수포로 돌아갔다.
중단됐던 활성단층 연구는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현 강진의 진동이 부산에도 전해지면서 재개됐다. 최근 일주일 사이 규모 5.1과 5.8, 4.5의 지진이 양산단층대에서 잇달아 발생해 활성단층 지도 제작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부산대 손문(지질학과) 교수는 "이번 규모 5.8 지진을 계기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사실은 분명해졌다"며 "주변에 위험한 단층이 많은 것으로 보이며, 한반도에서도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어 활성단층 지도 제작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안전처는 내년부터 2021년까지 1단계로 지진 빈발지역과 인구밀집 대도시부터 활성단층 연구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과제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경대 김영석(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활성단층도 제작에 무관심했던 정부가 구마모토 지진 이후 갑자기 공청회를 열고 내년에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알려왔다"며 "정밀 위성사진 촬영을 조사계획에서 제외하는 등 애초 40여억 원의 예산을 21억 원으로 줄여 신청했는데도 15억 원밖에 반영되지 않아 제작에 애를 먹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