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개방 등 사전 합의 없이 부산시 두 차례 대피 안내방송
- 시민들 정문서 서성 "어이없네"

- 시교육청, 야자 중이던 고교생 대피소 아닌 집으로 귀가 조치
- 한 고교 2차지진 후 3학년 보내

- 9분 늦은 안전처 긴급재난 문자
- 市도 1시간 후 "가스 등 꺼두라"

부산시가 지난 12일 지진이 발생한 뒤 시민들에게 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할 것을 안내했지만, 학교 대부분의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시 매뉴얼이 부실한 데다 부산시교육청과 사전에 지진 대응 요령조차 협의하지 않은 탓에 발생한 일이었다. 긴급 재난 안내 문자메시지도 늦게 오거나 통신망 폭주로 송출되지 않아 유례없는 강진에 놀란 시민은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경남 김해시 김해대로 한 주상복합건물 내 대형 식당 천장 일부가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13일 시에 따르면 경주에서 1, 2차 강진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 12일 오후 7시58분과 오후 8시35분께 시내 곳곳에 설치된 민방위 대피 마이크를 이용해 시민들에게 넓은 공터나 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을 했다. 방송을 들은 시민들은 황급히 빠져나왔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서구 토성초, 연제구 연산초, 수영구 망미초, 금정구 부곡·남산초 등 인근 학교 운동장으로 향한 시민들은 굳게 닫힌 정문 앞에서 한 시간가량 서성이다 돌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 시, 시교육청 등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시는 뒤늦게 시교육청에 학교 운동장을 개방하도록 협조 전화를 걸었다.

비슷한 시각 시교육청은 학생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키기보다 귀가시키라고 안내했다. 시교육청은 1차 강진 발생 직후 야간자율학습 중인 고교생을 학교장 재량으로 귀가시키라고 일선 고교에 통지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비교적 안전한 운동장을 뒤로하고 추락하거나 쓰러질 수 있는 각종 돌출형 간판, 전신주, 유리창 등을 피해 귀가했다.

일부 학교장은 대입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야간자율학습을 강요하기도 했다.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고교에 다니는 수험생은 "1차 강진이 발생했을 때 1·2학년만 보낸 후 3학년은 남겨서 자습을 시키다 2차 지진이 발생한 뒤에야 귀가시켰다. 학교에 남은 교사는 많아야 대여섯 명으로 이들이 학생 수백 명의 안전을 책임진다니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취재 결과 시와 시교육청이 공유하는 지진 대응 매뉴얼은 '교육청은 시설을 지원해야 한다'는 한 줄뿐이었다. 시 재난대응과 관계자는 "지진 매뉴얼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대응 방안에 대해 교육청과 협의가 돼 있지 않다 보니 혼선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재난 상황을 알리는 긴급 재난 안내 문자메시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국민안전처가 보내는 문자메시지는 첫 지진 발생한 뒤 9분이나 지나 발송됐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도 먹통이었다. 시는 1, 2차 지진이 발생한 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지진 상황을 알렸지만, 등록된 재난 문자 전송서비스 대상자가 2만 명에 불과했다. 또 시는 2차 지진이 난 지 거의 한 시간 뒤에야 '비상탈출구를 확보하고 가스·전열 기구를 꺼두라'며 여진 대비에 관한 안내 문자를 발송해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 재난상황실 관계자는 "개인정보 문제로 신청자에 한해 재난 안내 문자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