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칙개정 등 대안 마련 나서
- 교육부 관련 세부지침 주목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 시행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학가가 혼란에 빠졌다. 그동안 졸업예정자들이 조기 취업을 하면 대학에서 관행적으로 출석 없이 학점을 인정해줬지만,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이렇게 취업계를 낸 학생에 대한 학점 인정도 '부정청탁'이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논란이 되는 대학의 관행은 재학 중 취업한 4학년에 대한 학점 인정이다. 대학 대부분은 '총수업 시간의 3분의 2 이상을 출석해야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 등의 출석 일수 기준이 있지만, 4학년 2학기에 취업하는 학생은 출석 기준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리포트 제출 등으로 대체하면 교수 재량으로 학점을 인정해줬다.

그러나 앞으로는 학칙에 출석 기준이 있는데도 교수가 취업한 학생의 부탁으로 학점을 인정해주면 법 위반이 된다. 법에 규정된 부정청탁의 14가지 유형 중에는 학교입학 성적 수상 등에서 법령을 어겨 처리 조작하는 것이 포함되는데, 학점 인정도 성적 처리에 해당한다는 게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이다. 만약 교수가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학생의 학점 인정 부탁을 들어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졸업예정 학생들도 취업계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F 학점으로 재수강하거나 졸업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놓여 불안해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취업도 출석으로 인정한다' 등의 내용으로 학칙 개정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인제대는 지난 1일 자로 학사운영 규정을 개정해 졸업예정자의 조기 취업도 출석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부경대는 '취업학생 현장실습 과목'을 새로 개설해 취업 근무 기간을 학점 이수 기간으로 정했다.

반면 영산대와 부산외국어대 등 일부 대학은 취업계 인정 자체가 김영란법 이전에도 이미 학칙 위반 사항이었던 만큼 현행 출석 일수 규정대로 처리할 계획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계기로 삼겠다는 뜻이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취업계는 그동안 교수 재량으로 해왔던 것이지 행정적으로는 절대 처리될 수 없는 부분이었다"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도 학칙 개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대학들은 교육부의 세부 지침이 나올 때까지 학칙 개정을 보류하며 고심하고 있다. 경남정보대 부산가톨릭대 등은 이런 내용을 교수들에게 알리고 학칙을 개정할지 검토하고 있다. 부산대는 현재는 취업에 따른 공식 출석인정제도가 없지만, 교육부가 법 관련 지침을 전달하면 학칙을 보완할 계획이다. 경남정보대 관계자는 "취업이 워낙 어려운 상황에서 암묵적으로 배려해왔던 부분인데 조기 취업한 학생들에겐 심각한 문제"라며 "학칙 개정을 고려하고 있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 진행해야 하다 보니 다른 대학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