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 얼마 안남아 '空約'될 수도
울산의 대통령 핵심 공약사업인 국립산업기술박물관과 국립산재모병원 건립 사업이 4년째 첫삽도 뜨지 못하는 등 하세월이다. 정부는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울산시와 시민들의 목소리에 경제성과 불요불급함만을 내세우며 차일피일 미루거나 규모 축소안을 슬그머니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1년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두 사업 모두 말 그대로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6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울산에 대한 10개 공약사업 가운데 핵심은 국립산업기술박물관과 국립산재모병원 건립이다. 박물관은 애초 1조2000억 원을 투입해 건축 연면적 20만 ㎡의 세계 최대 규모로 건립할 계획이었다. 경제 기적을 이뤄낸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와 미래를 모두 이곳에 담는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었다. 서울 용산구, 경북 구미시 등과 유치 경쟁을 벌인 끝에 2013년 울산으로 입지가 결정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갑자기 박물관 건축비를 포함한 전체 사업비를 4395억 원으로 60%나 줄이고, 건축 연면적도 8만476㎡로 대폭 축소했다. 규모는 절반 이하로 줄였지만, 정부는 지난해 2월 박물관 건립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함으로써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예타를 위한 설문조사에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는 박물관 규모를 줄이고 콘셉트를 조정하는 것으로 계획(안) 변경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달까지 경제성 분석을 위한 설문조사를 한 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조사 결과에 따라 규모가 한 차례 더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는 데 있다.
산재모병원도 산업박물관과 비슷한 처지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10개 산재병원을 통합·관리하는 세계 10대 산재모병원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2013년 수립했다. 2018년까지 4296억 원을 들여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건축 연면적 12만8000㎡에 500병상 규모로 병원을 짓기로 했다. 산재 관련 의료 시스템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생체·재활공학 분야의 연구 능력 강화 등 다양한 순기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 사업 역시 경제성에 대한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2013년 말 시작된 예타 조사 결과 발표는 지금까지 6, 7차례나 미뤄졌고, 그 과정에서 규모도 계속 줄었다. 사업비는 지난해 말 2300억 원, 면적은 5만 ㎡에 350병상 규모로 거의 반 토막 났다. 게다가 경제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와 지금은 사업비 1715억 원, 면적 4만 ㎡에 200병상 규모로 예타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핵심 공약사업이 지연되는 데다 규모까지 축소되면서 회의론도 나오고 있지만, 우선 첫삽을 뜨는 게 중요하다. 청와대와 정부를 상대로 꾸준히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