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신 법인 '느헤미야' 매각 진행
- 자산 청산 수 년 이상 걸릴 듯
1970, 80년대 인권유린으로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형제복지원의 박인근(85) 전 원장의 사망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박 전 원장에게 수여된 국가훈장을 회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6월 전남의 한 요양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졌다.
이 사실을 접한 형제복지원 피해자 이향직(45) 씨는 26일 자신의 SNS에 "그 악마가 죽었다고 한다. 끝끝내 사망자, 유족, 피해 생존자 그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고 죽어버렸다고 한다. (…)수만 명 사람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고서 그냥 죽어버렸다"며 분노와 허탈의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박 전 원장이 운영한 형제복지원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며 매년 3000명의 시민을 불법 감금해 강제노역, 암매장, 구타, 성폭행을 자행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박 전 원장에게 '부랑아 퇴치 공로'로 1881년과 1984년 국민포장과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는데, 이 훈장 자격을 박탈하고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부산대책위원회 제청란 사무국장은 "국가훈장을 회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SNS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 공론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피해자들의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도록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책위가 파악하는 생존 피해자는 총 200여 명이고, 부산에 절반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또 다른 생존피해자 박태길(45) 씨도 "형제복지원 사건은 내무부 훈령 410호에 따라 자행됐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국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훈장을 회수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자를 지원하는 형제복지원 특별법은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자동 폐기됐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다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한편 형제복지원의 후신인 느헤미야 법인은 부산시의 법인 인가 취소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해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국고 환수 대상인 법인 재산은 현재 감정평가를 마치고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었던 광주 인화학교가 자산 매각에 3년이 걸린 만큼 느헤미야 법인도 청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