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 수질검사 1년에 6회
- 1회만 통과해도 폐쇄 안해
- 부산 170곳중 100곳 부적합
유례없는 폭염으로 집단 식중독 사건이 잇따르고 15년 만에 콜레라까지 발생하면서 약수터 식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지역 상당수 약수터는 한 해에 절반이 넘는 기간 부적합 판정을 받는데도 관리를 맡은 기초지자체가 폐쇄하지 않고 그대로 운영해 전염병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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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부산 연제구 물만골 인근 황금약수터에서 한 시민이 물을 뜨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25일 오후 황령산 자락의 황금약수터. 이 약수터는 총대장균군 등이 검출돼 지난해부터 네 차례 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출입을 막는 별다른 조처는 없었다. 물이 계속 나오는 데다 물 마시는 도구까지 비치돼 있어 약수를 마시는 등산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경고문이 한쪽 구석에 A4용지 크기로 붙어 있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웠다.
지난 3월부터 네 차례 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인근의 함박골 약수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약수터도 조그맣게 부적합하다는 안내문만 붙였을 뿐 이용을 막지는 않았다. 이날 만난 김상일(53·연제구 연산동) 씨는 "일주일에 3, 4회 약수를 뜨러 왔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부적합 판정 안내문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큼직하게 붙여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훈령인 '먹는 물 공동시설 관리 요령'에 따르면 약수터는 1·2·4분기에 1회씩, 여름이 낀 3분기에는 매월 1회씩 1년에 6회 이상 수질 검사를 한다. 유해물질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 안내판에 사용 중지 안내만 할 뿐 1년 내내 유해물질이 검출돼야 폐쇄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1년에 한 차례만 적합 판정을 받으면 약수터는 계속 운영된다.
문제는 1년 내내 적합 판정을 받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약수터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1년 내내 적합 판정을 받는 '안심 약수터'는 170곳 중 70곳뿐이다. 이 중 64곳에는 해당 구·군에서 대당 2000만 원을 들여 미생물 살균기를 설치했다.
나머지 약수터 100곳에는 살균기가 없다. 살균기가 없는 약수터 대부분은 여름에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여름에는 강수량이 많아 외부 오염물 유입이 잦고, 수온이 높아 미생물 번식이 빠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심 약수터를 늘리기도 어렵다. 부산시 관계자는 "살균기가 없는 약수터는 전기가 안 들어오거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수 없는 곳이다. 여름에는 약수터에서 받은 물을 끓여 먹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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