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호 부산시 교통국장

- 운전자 중심 정책서 패러다임 전환
- 대중교통 이용률 높이기 정책 추진
- 시민들 적극적인 이해·관심 필요

# 박찬일 버스사업조합 이사장

- 안전·친절·쾌적한 버스 만들기
- 기사 노력에 승객들도 협조해야
- 서비스 개선 다양한 사업 전개

# 오문범 부산YMCA 실장

- 인프라·환승요금 지원 못지않게
- 버스·도시철도 이용 유인책 제시
- 시민들도 일부 불편 감수해야

최근 부산에서 벌어진 대형 교통사고는 후진적인 교통문화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해운대구 신시가지 7중 교통사고는 운전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난폭 운전을 일삼다 3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남구 감만동 일가족 교통 사망사고는 불법 주차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부산의 교통문화를 바꾸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려면 행정당국의 혁신적인 교통 정책과 운수업계의 교통 법규 준수 노력, 그리고 시민 스스로 교통 질서를 지키려는 의지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시 버스업계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전문가의 입을 통해 선진 교통문화를 만들기 위한 과제를 짚어봤다.

	왼쪽부터 홍기호 부산시 교통국장, 박찬일 버스사업조합 이사장, 오문범 부산YMCA 실장

■"선진 교통문화는 대중교통 이용에서 시작"

"선진 교통문화의 핵심은 '대중교통'입니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면 각종 교통 문제가 해결되고, 교통문화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부산시 홍기호(58) 교통국장은 부산의 교통문화를 바꾸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로 대중교통 이용률 향상을 강조했다.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나면 '전국 최악'이란 오명을 쓴 부산의 도로 사정도 나아지고, 각종 교통지수도 개선돼 자연스레 교통문화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도로는 기본 인프라가 부실하고 여유가 없습니다. 2013년 부산시가 '부산 신교통문화 운동'을 전개하며 10가지 해결 과제로 내세운 것 중 '무단횡단 안 하기'를 제외한 9가지가 운전자 준수사항이었죠. 결국 도시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전자 중심에서 대중교통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시는 지난해 '대중교통 중심도시 부산' 선포식을 하고 ▷부산 행복버스 만들기 ▷대중교통 환승편의 도모 ▷도시철도 이용편의 및 환경개선 ▷대중교통 상시 이용자 인센티브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시행 ▷도심지 주차 수요관리 강화 ▷불법 주정차 단속·주차문화 개선 ▷교통유발부담금 상향 조정 ▷승용차 요일제 운영 활성화 ▷교통혼잡통행료제 도입 등 10가지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지난해는 10가지 과제를 선정하고, 시민에게 알리고, 과제 시행을 위한 기반을 다졌어요. 올해부터 매년 핵심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는데, 올해는 '행복버스 만들기'를 중점 과제로 정했습니다. 내년에는 도시철도 접근성 편리 도모와 서비스 개선, 대중교통 이용을 돕는 환승역 주차 문화 조성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홍 국장은 승용차 수요 관리 과제를 수행할 때 시민의 반발에 직면해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면서, 대중교통 정책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당부했다.

"주차료 인상과 교통혼잡료 부과 등은 당장 시민에게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교통 중심도시를 만들기 위한 과제를 해결할 때마다 부산의 교통 사정은 나아지고, 부산의 교통문화 역시 한층 성숙해질 것입니다."

■"버스기사와 승객이 함께 만들어야"

"행복한 교통문화는 승객과 버스기사가 함께 만드는 겁니다.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만 강요하기보다 함께 지킬 것은 지키고, 도울 것은 도와야 해요."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올해 '행복버스 만들기'에 전념했다. 부산 버스회사 33곳이 회원인 버스조합은 시의 대중교통 정책에 동참해 부산의 버스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올해로 5년째 버스조합을 이끄는 박찬일(63·영일여객 대표) 이사장은 행복한 버스를 만들려면 버스기사의 노력 뿐만 아니라 승객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행복버스 만들기'는 안전하고 친절하며 쾌적한 버스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핵심은 '버스기사가 변해야 한다'였어요. 버스기사가 교통 법규와 정차 매뉴얼을 잘 지켜야 승객에게 안전하고, 친절한 버스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버스기사의 몫이니까요. 이를 위해 친절 서비스 향상을 위한 용역을 진행해 서비스 개선 방안을 연구했고, 전문 강사에게 친절 서비스 교육도 받았어요. 버스기사의 5대 금기(개문 발차, 끼임사고, 급출발·급제동, 무정차, 난폭운전) 준수를 요구했고, 올해부터 승무원 채용 때 인성 테스트도 받도록 바꿨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업을 펼칠수록 행복한 버스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승객의 동참이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무리 버스기사 혼자 노력해도 승객이 맞장구 쳐주지 않으면 서비스가 계속 이어질 수 없더군요. 버스기사가 승객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도 대부분 무심하게 넘겨 점차 인사를 안 하게 돼요. 승객이 버스의 '주인' 노릇만 할 것이 아니라 행복한 버스 문화를 만드는 '동반자'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버스업계가 현실적으로 모든 규칙을 준수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행복한 대중교통'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정류소 질서 확립을 위해 모든 버스가 정차선을 지키도록 했어요. 이러다 보니 배차 시간이 늦어져 버스기사가 쉬는 시간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도 있더군요. 올해 사업 결과를 토대로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 행복한 교통도시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혁신적인 교통 정책 아이디어 나와야"

"부산의 교통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행정의 혁신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합니다."

부산YMCA 오문범(48) 기획조정실장은 부산 버스준공영제 도입 당시 시민단체 대표 자격으로 참여한 것이 인연이 되어 20여 년간 부산시 교통정책 수립에 시민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그는 "부산의 교통 사정을 잘 알다 보니 요새 쓴소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며 웃으면서도 부산 교통문화 발전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부산 교통 발전을 위해 이제 '질'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대중교통 인프라 만들고, 환승요금 지원하고, 대중교통 이용 캠페인을 벌일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고픈 마음이 들게끔 유인책을 내놔야죠."

오 실장은 이를 위해 시가 교통 정책에 있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의 교통 정책은 '이게 안 되니까 규제한다'식의 부정적인 요인이 많아요. 승용차 수요 관리나 주차비 인상 등이 대표적이죠. 시민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이걸 지키면 이점이 있다'는 식의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러려면 시민이 관심을 가질 만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해요. 대중교통 요금을 구간별로 다양화시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더 싸다'는 인식을 심어주거나, 버스정류장에 시민이 즐길 거리를 갖다놔 '자투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것처럼요."

그는 시가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교통 정책의 취지를 알리고, 이해를 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시가 한 해 대중교통 환승에 따른 손실에만 1200억 원을 씁니다. 하지만 시는 이것이 복지가 아닌 손실이라 생각해요. 시민에게 '교통 복지에 이만큼 쓰이고 있으니 다른 부분은 이해해 달라'고 설득할 필요가 있어요."

그는 시민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통 흐름이 원활하려면 시민이 조금 불편해야 합니다. 간선급행버스체계(BRT)는 좌회전 대신 P턴을 해야 하는데, 운전자가 길을 둘러가야 한다고 불평을 토로하고 민원을 제기하면 BRT가 운영되기 어렵겠죠. 선진 교통문화는 성숙한 시민의식에서 출발합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공동기획 : 부산시, 도로교통공단 부산광역시지부, 손해보험협회, 부산교통공사, 부산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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