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 홍로사과 농가 직격탄
- 수확량 예년의 절반 우려
- 당도 떨어지는 '피수박' 속출
- 진주 포도 알 작거나 덜 익어
- 고추·고구마 곳곳서 말라죽어
- 출수기 벼·콩 등 병충해 발생
- 하동·거제·산청 저수율 '심각'
- 농어촌公 양수기 설치 물 공급
불볕더위와 가뭄으로 농심이 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작물에 최악의 생장장애 현상이 발생한 데다 햇볕에 화상을 입는 일소 피해까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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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어촌공사 진주산청지사 직원들이 19일 경남 진주시 문산읍 갈곡리 들녘에서 논에 충분한 양의 물을 공급하기 위해 양수기를 설치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
사과 등 과수 농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19일 현재 홍로 사과 주산지인 경남 거창군 거창읍 장팔리, 북상면, 웅상면, 고제면 등지 35㏊에서 재배 중인 사과가 일소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거창군 웅상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강수상(56) 씨는 "강한 햇볕에 노출된 사과가 껍질이 하얗게 변하고 있다. 일소 영향으로 탄저병까지 번져 수확량이 예년의 절반도 안 될 것 같다. 20년간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이처럼 일소 피해가 심한 것은 처음"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거창군 관계자는 "특히 지난 11~14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웃돌아 사과 농가에서 일소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수박은 겉으로만 익은 것처럼 보이고 당도가 떨어지는 '피수박'이 속출했다.
포도송이는 고온이 지속된 탓에 열상이 생겨 벌겋게 변하면서 물러지고 과육이 덜 커진 상태에서 빨리 익어버리고 있다. 진주시 내동면에서 포도농사를 해온 이영두(63) 씨는 "폭염으로 알이 작거나 덜 익고, 성장을 멈춘 나무가 많다며 하소연하는 농가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기온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밭작물 피해도 속출했다. 고추는 곳곳에서 말라죽고, 살아있더라도 아예 꽃을 피우지 못하거나 수정이 되질 않아 수확량이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진주시 정촌면에서 고추와 고구마 농사를 짓는 김한오(67) 씨는 "대형 물통을 밭둑에 두고 물을 뿌리는 게 일과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고추가 다 타버린다"고 말했다. 김 씨의 고구마 밭에는 말라 죽은 고구마 줄기가 서로 뒤엉켜 있었다. 여기는 손쓸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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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경남 거창군 웅상면 한 사과 과수원에서 농민 이호철(59) 씨가 일소 피해가 발생한 사과를 가리키고 있다. 거창 행복나무 귀농연구소 정갑수 씨 제공 |
한창 이삭이 패는 출수기를 맞은 벼도 폭염에 맥을 못 췄다. 이 시기에는 논에 충분한 양의 물을 공급해야 하는데, 이것이 여의치 못한 탓에 벼의 출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출수했더라도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진주산청지사는 지난 16일부터 가뭄대책상황실을 꾸리고 가뭄 피해가 심한 진주시 문산읍 들녘 44㏊에 양수기를 설치해 하루 300t의 물을 공급하고 있다. 또 저수량이 40% 이하로 떨어지는 저수지에 대해서는 하천 굴착 등 양수작업도 할 예정이다.
경남지역에서 가장 저수율이 낮은 곳은 하동군으로 이날 현재 30.5%에 그쳤다. 거제시(32.2%) 남해군(40.6%) 산청군(42.1%) 등도 저수율이 '심각' 수준인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다 병해충까지 창궐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출수기인 중만생종 벼에는 현재 이삭도열병, 세균성 알마름병이 발병해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고온다습 때 나타나는 벼 잎집무늬마름병(문고병)도 생겼다.
일부 지역의 논에는 벼 잎 3~5개를 뭉쳐 집을 짓고 잎을 갉아 먹어 피해를 주는 줄점팔랑나비가 빈번하게 출현하고 있다.
고추와 콩에는 탄저병 등이 만연해 농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