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안에 대한 뚜렷한 목표보다는
- 체계없고 일방적인 지침에 그쳐
- 근로자들 "부담 덜었지만 씁쓸"
'테러 예방은 복장 강화로 하는 게 아니다'.
부산항보안공사가 부두 근무 청원경찰에게 한여름에도 두꺼운 특수복을 입도록 한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이를 철회(본지 17일 자 1면 보도)했다. 보안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인권 침해 논란을 빚을 만한 가혹한 복장 규정을 강행했다가 비난 여론에 떠밀려 금세 시정한 것은 결국 세계 5위의 컨테이너 처리를 자랑하는 부산항의 보안에 관한 철학과 비전이 없음을 보여준다.
공사는 지난해 11월 직원들의 야간근무에 특수복 착용을 지시했다. 당시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국내 테러경보도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됐기 때문이다. 관계기관이 보낸 공문은 '원칙에 의한 검문검색 이행' '근무지 교대 철저' 등 기본 업무에 충실히 하라고 지시한 것인데도 공사는 '복장 강화' '직원 차량 부두 금지' 등 과도한 지침을 내렸다.
지난해에만 부산항에는▷5부두 무단 침입자 교통사고 사망 ▷중3 학생 밀항 시도 ▷간부직원 마약밀수에 가담 ▷외국인 선원의 잇따른 무단이탈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근무 기강을 다잡으려는 의도는 좋았다고 일단 평가한다. 그러나 여름에도 중무장 특수복을 입도록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노사 갈등에 대한 보복이자 길들이기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복장 지침은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 넘게 계속됐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측이 보안 강화를 빌미로 직원들 고삐 죄기에 나섰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업무의 효율을 무시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좇는 사측에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청경은 "테러 대응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합리화했다. 살인적 지침에 현장 근무자들만 죽어났다"고 전했다.
인천항과 김해공항 보안기관도 직원에게 이 같은 무지막지한 지침을 강요하진 않았다. 인권단체와 노동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헛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연일 이어진 기록적인 무더위에 그런 복장으로 근무하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사측의 비인권적 복장 규정에 관한 철회에 청경들은 부두의 안전 대신 더위와 씨름하는 부담을 덜었다고 안도했다. 동시에 한숨도 쉬었다. 숱하게 항의했지만 꿈쩍 않던 사측이 언론 보도 이후에서야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한 청경은 "납득할 수 없던 지침이 결국은 보여주기에 그쳤다는 사실을 재확인해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