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AG 계기로 22.9㎞ 구축
- 정류소 입구서 요금 내 시간단축
- 승강장 길이 최대 280m 달해
- 전광판 통해 정차 위치 알려줘

- 안전요원 배치, 스크린도어 설치
- 육교엔 에스컬레이터 있어 편리
- ITDP 평가 2014년 금메달 수상

중국 광둥성의 성도(省都) 광저우는 2000년 전인 한(漢)나라 때부터 외국과 무역했던 항구도시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구축된 세계 최고 수준 BRT(Bus Rapid Transit·간선급행버스체계)는 1400만 광저우 시민의 자랑이다. 부산시는 내년까지 내성교차로~송정교차로(14.5㎞) 구간에 BRT를 도입하려고 원동나들목~올림픽교차로 구간 공사를 진행 중이다. 본지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중국 광저우 BRT 현장을 둘러보고, 그동안 진행된 추진 과정에서 시가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제시한다.

	중국 광저우 시 텐허 구 상스어(上社) BRT 정류장에 버스가 진출입하고 있다. 광저우쾌속공교운영관리유한공사 제공

■선요금으로 승하차 시간 단축

지난 10일 중국 광저우. 본지 취재진은 광저우의 선진화된 BRT를 체험하려고 티위쫑씬(體育中心)역에 도착했다. 도시철도 1호선에서 내려 'BRT 방향'이라고 쓴 주황색 표지판을 따라 지하 1층으로 가니 군복에 방탄복까지 입은 안전검사 요원이 BRT 개찰 입구에 서 있었다. 안전검사 요원은 승객이 멘 가방 속에 혹시 흉기나 폭발물질 등이 들었는지 확인했다.

입구에서 2위안(한화로 약 330원)을 내고 개찰구를 통과했다. 이 같은 '선지급 교통 시스템(Off-board fare collection)'은 정류장에 들어갈 때 미리 요금을 냄으로써 승하차할 때 버스 기사가 요금 지급 여부를 확인하는 시간을 대폭으로 줄이는 장점이 있다. 또 광저우 BRT는 일반버스·도시철도와 무료 환승 체계를 갖췄다. 내릴 때도 '양청통(羊城通·광저우 시 교통카드)'을 단말기에 댈 필요 없이 갈아탈 교통수단에서만 양청통을 접촉하면 된다. 자동으로 환승 처리돼 추가 요금이 붙지 않는다.

■부정류장 시스템으로 단점 극복

	안전 요원들이 중국 광저우 시 황푸취 구 난하이썬미아오(南海神廟) BRT 정류장에서 승객들의 승하차를 돕고 있다. 광저우쾌속공교운영관리유한공사 제공

지상으로 올라가자 얼핏 봐도 길이 200m가 넘는, 마치 기차역이나 지하철 승강장 같은 기다란 BRT 정류장이 눈에 들어왔다. 광저우의 BRT 정류장의 길이는 최대 280m에 이른다. 폭도 최대 60m로, 왕복 4차로가 오로지 989대의 BRT 버스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승강장에는 구급차와 소방차 등 응급차량을 제외하고 BRT를 뜻하는 'B'로 시작하는 버스만 진입할 수 있다.

승강장이 길면 승객은 타고자 하는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할지 헷갈린다. 광저우 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副)정류장 시스템(Sub-Station System)'을 도입했다. 부정류장 시스템은 LED 전광판을 정류소 곳곳에 배치해 승객이 타려는 버스가 몇 번 승강장에 정차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승객은 LED 전광판을 보고 자신이 탈 버스 중 가장 일찍 도착하는 것이 몇 번 승강장에 서는지를 확인한 후 그곳에서 대기하면 된다.

또 하나 특징적인 부분은 승객 안전을 위한 서비스다. 정류소에는 제복을 입고 '안전요원' 완장을 두른 서너 명이 호각을 불며 승객의 승하차를 돕는다. 한국으로 치면 일종의 버스 정류장에 불과하지만 도시철도처럼 스크린 도어로 승객의 안전을 돕는 점도 눈에 띈다. 버스에 타기 위해 승객이 차도로 뛰어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승객 "하오하오(好好)"

취재진은 버스 2대를 붙여 놓은 듯한 18m 길이의 'B1'이라고 적힌 버스에 올랐다. 광저우에는 총 26개의 BRT 정류장과 31개 BRT 노선이 있다. 'B1'은 총연장 22.9㎞에 이르는 모든 BRT 정류장을 거치는 유일한 노선이다. 이 때문에 'B1' 버스는 정류소 맨 앞에 정차한다. 시내를 통과해 스따찌따(師大曁大) 정류소에 내렸다. 총 4개 BRT 정류소(약 10㎞)를 통과하는 데 10여 분이 걸렸다. 승객 주멍핑(23) 씨는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서 차가 많이 없긴 하지만, 자가용에 비해 최소 3~5분은 절약됐을 것이다. BRT를 이용하면 차량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 목적지에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신 "하오하오(好好·아주 좋다)"를 외치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스따찌따 정류장에 내리자 육교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부산 도시철도에 에스컬레이터가 많지만, 육교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곳은 흔치 않다. 광저우 시 객운관리소공공교통발전과 천앙(陳盎) 부과장은 "시내 도로 한가운데 있는 BRT 정류장에 도달하는 방법은 지하도 횡단보도 육교 등 세 가지가 있다. 차량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광저우 시에는 육교와 지하도가 많다. 이 경우에는 승객 편의를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광저우 BRT는 빠른 속도 체계와 안전하고 편리한 정류소 구축으로 호평을 받았다. 국제 교통개발정책 연구기관인 ITDP(Institute for Transportation & Development Policy)의 BRT 표준점수 평가에서 2014년 금메달을 받았다. 전 세계 도시에서 금메달을 받은 곳은 단 4곳뿐이다.

광저우=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공동기획 : 부산시, 도로교통공단 부산광역시지부, 손해보험협회, 부산교통공사, 부산지방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