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선입찰 통해 경쟁체제 도입
- 최소 서비스 충족하면 보너스
- 미달하면 계약금 1% 공제해

- 교통약자 시설 꾸준히 늘고
- 초과대기시간 1.2분으로 줄어
- 노동자 임금차이 등 숙제 남아

'행복한 교통도시' 기획기사를 연재하는 본지는 영국 런던과 중국 광저우의 선진 교통 시스템을 소개한다. 영국 런던은 버스 노선입찰제를 운영해 시민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도시다. 중국 광저우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조성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영국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의 버스정류장에서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내버스의 서비스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노선입찰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노선입찰제에는 우리나라의 버스 준공영제와 비슷하게 노선과 운행 횟수, 요금 결정 등을 공공기관이 맡는다. 운송사업자가 경쟁적으로 노선 입찰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준공영제에서 버스 회사는 시의 지침을 따르면 일정한 규모의 수익을 보장 받는다. 이는 난폭운전 등이 일어날 가능성을 줄이지만, 창의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교통연구원 모창환 박사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서비스와 비용의 타협점이라 할 수 있는 노선입찰제가 현 준공영제 버스의 지향점이다"고 말했다.

■인센티브로 서비스 경쟁 유도

런던 버스는 1930년대 이후 정부가 직접 운영하며 보조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계속된 재정 부담으로 런던 버스는 1985년 경쟁체제를 도입하게 된다. 초창기에는 신규 사업자의 참여를 장려한다는 목적에서 런던 외곽 소수의 노선을 중심으로 입찰제가 진행됐다. 2001년부터는 모든 버스 노선에 입찰이 적용됐다.

런던 버스 입찰은 인센티브 계약(Quality Incentives Contracts)으로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이 버스회사의 운영 비용을 내고, 버스회사의 요금 수익은 공공기관으로 귀속된다는 점은 부산의 준공영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최소 서비스 기준을 충족한 회사는 계약금의 1.5%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 기준에 미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는 계약금액의 1%를 공제 당한다. 창의적인 서비스로 획기적인 성과를 낸 업체는 계약금의 15%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5년간 계약이 체결되며, 서비스 수준을 만족할 시에는 2년 연장할 수 있다. 런던교통국(Transport For London·TFL)은 매년 전체 버스노선의 20%가량을 입찰에 부친다.

■승객 만족도 향상

	피터 화이트 교수가 런던 버스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TFL의 자료를 보면 2000년 74%에 불과했던 승객 만족도는 2014년 85%까지 올라갔다.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도 매년 꾸준히 설치되고 있다. 현재 런던의 모든 버스에는 휠체어 자리가 마련돼 있다. TFL은 현재 버스 정류장의 승강장을 높여 버스 출입문과 높이를 맞추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실제 지난 4일 런던 시내 한 버스 정류장에 휠체어가 있는 것을 본 버스기사는 뒷문을 열면서 접혀 있었던 바닥 받침대를 펼쳤다. 버스 승강장과 버스 뒷문을 바로 이어주는 다리가 된 셈이다. 버스의 1층 창가에 휠체어를 위한 공간이 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비좁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2층에 좌석이 많이 있어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없었다.

런던 본드스트리트 도시철도역 인근에서 휠체어를 타고 버스에 오른 콘스탄틴 맥밀란(26) 씨는 "불편을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타고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승객 만족도의 상승은 공공부문의 장악력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 체제를 도입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TFL 계약실장(Head of Contracts)인 마크 오도노반(Mark O'Donnovan) 씨는 "런던 버스 노선 입찰은 승객들의 편의성이 가장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라며 "특히 각 정류장의 버스 정시 도착을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교통국의 지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승객들의 초과대기시간(Excess Waiting Time·EWT)이다. 이는 계획된 승객 대기시간에서 실제 버스 연착 시간을 빼는 식으로 계산된다. 예를 들어 5분 후에 도착해야 할 버스가 6분 뒤에 도착했다면 EWT는 1분으로 계산된다. 런던교통국은 EWT 1.5분을 기준으로 버스회사의 서비스를 평가한다.

TFL의 자료를 보면 1979년 4분에 달했던 EWT는 1985년 노선입찰제 시행 이후 2분대로 줄었다. 인센티브 계약이 시작된 2000년부터는 EWT가 1분대로 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런던버스의 평균 EWT는 1.2분이었다.

■노노 갈등·노선 연결 고려해야

교통전문가인 웨스트민스터대학 피터 화이트(Peter White·도시계획과) 교수는 버스 노선입찰제가 도입되면 노동자들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화이트 교수는 "노선입찰제는 기본적으로 개별 노선을 개별 회사가 계약하는 개념"이라며 "상대적으로 복잡한 서런던의 버스 노동자가 임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버스 노조에서는 임금을 균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변 도시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이트 교수는 "노선입찰제의 영향으로 런던 버스는 영국 내 다른 도시와 비교했을 때 야간과 휴일 서비스가 월등히 우수한 수준"이라며 "인근 도시 주민들이 야간에 돌아갈 수 있는 버스 편까지 생각하는 등 포괄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 박사는 "행정기관과 정치권의 뒷받침이 있어야 노선입찰제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며 "시의회 등에서 각 노선의 특성에 맞는 적자 보전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공동기획 : 부산시, 도로교통공단 부산광역시지부, 손해보험협회, 부산교통공사, 부산지방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