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 재정건전성 향상 주목

영국 런던 버스 시스템은 잘 정비돼 있지만, 중앙정부의 지원금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 때문에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취약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런던 버스에 들어가는 중앙정부의 예산은 정책 결정자의 의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에 따라 노선입찰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관리기관의 재정건정성이 튼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영국 정부는 런던지역 교통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삭감 규모는 향후 약 10년 동안 1년에 7억 파운드(1조87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런던 교통이 정부 예산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영국 교통부는 2020년까지 런던 교통 운영에 들어가는 예산의 37%를 삭감할 예정이다.

중앙정부의 예산 삭감은 버스노선 입찰제를 통해 운영되는 런던 버스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TFL은 인센티브 제도를 기반으로 민간 버스회사를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의 교통 운영 예산이 줄어들면 런던의 공공부문 버스회사와 협상할 수 있는 주도권을 잃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에 따라 TFL은 노선입찰제 예산 삭감을 상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런던 도시철도 등 유인 매표소를 없애는 방안부터 새로운 수익창출 수단의 확보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FL 대표를 겸임하는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높은 연봉을 받는 임시직들의 정리해고 등을 토대로 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지난 5월 당선된 칸 시장은 임기 4년 동안 교통비 인상은 없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지난해 TFL의 예산은 115억 파운드(16조5715억 원)로 집계된다. 이 중 40%는 운임이며, 23%가 정부의 지원금이다. 금융기관 대출이 20%를 차지한다. 이자를 갚기 위한 재정 지출 부담이 큰 편이다. 정부 지원금이 주는 상황에서 교통요금 인상 없이 어떻게 재정 부담을 줄일지가 칸 시장에게 던져진 숙제다.

런던시는 자체 수익 방안으로 광고 수익 확대와 철로변 개발 등을 구상하고 있다. TFL 마크 오도노반(사진) 계약실장은 "예산 삭감이 큰 폭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교통 정책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우선 런던 지역을 운행하는 대중교통에 광고를 늘리겠다. 도시철도 철로역 주변 완충지대에 민간 계약을 유도하는 방안도 수립 중이다. 버스 서비스가 좋아진 현재의 노선입찰제를 유지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